블랙보다 덜 극단적이고 화이트 보다 힘있는 스테디 컬러 그레이.

외모도 경쟁력이라 불리는 냉혹한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자라는 직함을 지니고 있다면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때 마다 온도계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트렌드 변화지수다.

 

 자, 지금부터가 감각의 안테나를 곤두세워야 할 때 이다. 네온과 메탈이 지배했던 화려한 여름이 지났으니 다음 컬러는 무엇? 이라는 대답에 조심스레 단 하나의 컬러를 골라 던지라면 그것은 바로 자극적이지도 나른하지도 않은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그레이 컬러이다.

하지만, 나름 고민해서 내놓은 답안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 이다. “에게? 추워지면 다들 검정색이나 회색 옷을 꺼내 입는걸? 게다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거 잖아~” 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그래도 정답은 변치 않는다.

 

 

 더욱 좋은 것은 앞서 말한 대로 누구나 다 그레이 컬러의 의상을 한 벌쯤은 가지고 있다는 것 이다. 식상하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무난한 컬러의 대열에 들어있기 때문에 스테디하게 사랑 받아온 그레이 컬러가 이미 07년 가을과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여성들의 옷장에 이미 한 벌 혹은 그 이상씩은 들어있을 확률은 매우 높다. 때문에 이번 시즌 베스트 컬러로 트렌드를 이끄는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담뿍 받은 이 중성적 매력이 빛나는 컬러로 치장하기란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게다가 더욱 흥미로운 점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하나의 컬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채로움이란 기대이상의 규모를 자랑할 테니 세련된 시티룩을 완성하는데 가장 완벽한 이 컬러와 사랑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는지?

 

이번 시즌 그레이 컬러의 새로운 매력이 한층 부각되는 부분은 바로 원피스 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엄격해 보이는 실루엣에도 그레이의 농도만 잘 고른다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을 세련됨과 부드러움을 한꺼번에 표출하는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이다.  짙은 농도의 그레이는 도시적 우아함을 표현할 것 이고, 옅은 그레이 컬러의 원피스는 마냥 순수하기만 한 화이트와는 차별되는 신비스러운 느낌의 순수함을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원피스 한 벌로 버티기에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바람이 매서워지기 시작하면 뭐니뭐니해도 재킷과 코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레이는 겨울이 되면 그 어떤 컬러보다 코트 전쟁에서 타고난 우위를 차지하고서 그 위용을 뽐내는 컬러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팁을 던져주자면 기왕이면 이번 시즌 재킷이나 코트를 고를 때는 가능한 여성스런 실루엣을 잘 살려주는 원피스형 코트면 가장 좋고, 그도 아니라면 가늘고 잘록한 허리라인이 돋보이는 피트되는 느낌의 재킷류의 아우터를 고르라고 하고 싶다. 허리라인이 잘록하지 않다면 벨트를 동원하거나 상의 길이가 짧아 자연스럽게 허리가 살짝 드러나는 재킷도 좋겠다.

 

블랙보다 덜 극단적이고 화이트 보다 힘있는 스테디 컬러 그레이. 가장 ‘도시’ 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기에 현대적 세련됨을 완벽하게 표방할 수 있는 유일한 컬러. 이 컬러의 매력은 그 오묘한 색감 덕에 무채색에서 농도 짙은 원색의 슈즈들까지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이다. 게다가 물론 어떤 다채로운 컬러의 액세서리와도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쌀쌀해진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어오기 시작하면 아찔한 스틸레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던 멋쟁이들 조차도 아차 하는 순간, 이것저것 두툼하게 껴입고 거리로 나와 고개를 푹 숙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의 냉기가 무색하게 그 어떤 계절에도 굴하지 않는 감각적인 여성이 되고 싶다면 이번 시즌 상당히 시크하면서도 도도한, 그런데 뜻밖에도 아주 여성스러운 그레이 컬러의 아우터와 원피스 한벌 쯤은 준비해 두는 것이 어떨는지?

아이스타일24 에디터 남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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