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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틱한 슈즈, ‘슈즈는 슈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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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틱한 슈즈, ‘슈즈는 슈즈가 아니다?’


“이 슈즈는 슈즈가 아닙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란 카피처럼 신발을 놓고 이게 무슨 말장난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생각에 동감을 표하고 싶다. 아무리 여자들의 로망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조형물처럼 디자인된 일련의 슈즈들은 ‘이건 파이프가 아닙니다’란 명제처럼 선뜻 발을 밀어 넣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 호들갑스러운 발견은 지난 컬렉션 무대 위에서 일어났다. 신발장이 아닌 테이블 위에 올려놔도 좋을 만큼 근사한, 신발 장인들의 마스터 피스와도 같은 슈즈들이 드디어 컬렉션 무대 위에 등장한 것이다. 마치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처럼 공들인 슈즈의 예술적 애티튜드는 뉴욕 모마(MoMA)의 한 켠을 장식해도 좋을 만큼 훌륭했다.


그렇다면 과연 마그리트의 명제처럼 슈즈는 슈즈의 원래 목적 이상의 것을 취한 것일까? 지난 시즌 루이 비통을 위해 찻잔 손잡이 모양의 힐을 디자인했던 마크 제이콥스에게 있어 슈즈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그니처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트롱페뢰(Trompe L’oeil: 눈속임 효과) 기법을 통해 마치 힐을 옆으로 잘못 붙인 듯한 그야말로 역발상의 독특한 슈즈를 만들어냈고, 또한 발 뒤꿈치가 밖으로 튀어 나오는 일명 ‘Too-Small Pumps’라 이름 붙여진 슈즈는 오히려 왜 이제껏 이런 슈즈가 없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불러일으키니 말이다. 그런 그가 대륙을 건너 루이 비통에서 선보인 힐은 한층 더 아티스틱했다. 아티스트 리차드 프린스와 콜라보레이션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 현란한 컬러의 펌프스들은 ‘해체’와 ‘구성’이라는 테마 아래 가장자리가 커팅되거나 크리스털, 스팽글, 리본 등이 콜라주 기법으로 장식되어 전체 컬렉션의 테마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슈즈 마니아들의 군침을 돌게 만든 프라다의 경우는 또 어떤가! 45벌의 의상에 매치된 각기 다른 디자인의 45켤레의 슈즈들은 컬렉션의 동화적인 님프 프린트와 아르데코풍의 기하학적인 프린트의 조합으로 탄생되었다. 특히 다양한 가죽 패치들과 도자기를 떠오르게 하는 힐들은 살바토레 달리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훌륭했다. 매 시즌 슈즈에 남다른 공을 들이는 펜디의 칼 라거펠트 역시 투명한 유리관을 체인으로 감싸 안은 꾸뛰르적인 힐을 선보여 슈즈의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완성시켰고, 스테파노 필라티의 YSL 히어로 슈즈는 장난스러운 발가락 모양을 그려 넣어 클래식 YSL 나이브아트를 떠올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마치 금속 공예 작품처럼 스테인리스의 금속대를 그대로 드러내어 미니멀한 스틸레토 힐의 재탄생을 예고했다.

‘슈즈가 슈즈다워야 제격’이라는 실용성 대신 ‘이제 슈즈는 슈즈가 아니다’란 예술성이 점수를 더 후하게 얻는 세상. 세기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과 교감하며 그 이상의 예술적 테이스트를 마음껏 뽐내는 디자이너들의 슈즈에 발끝을 쏘옥 넣을 순간이 도래했다.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패션의 황홀경을 충분히 만끽하며 이 패셔너블한 예술적 취향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 에디터 / 이지아
- 포토 / MI KYUNG CHOI
- 출처 /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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