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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40년대 헐리웃 스타의 화려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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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과 새빨간 입술, 웨이브 가득한 블론드 헤어에 푸른 눈동자를 장식한 매혹적인 그녀들의
화려한 귀환이 시작됐다.

지난 봄 여름 동안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 있었던 곳은 반짝이와 프린트가 난무하는 60년대였다. 하지만 다가오는 가을 겨울엔 좀 더 먼 곳으로 떠날 필요가 있다. 지금 막 스크린을 뛰쳐 나온 듯한 40년대의 헐리웃 스타들이 어느 새 우리 곁에 다가와 황홀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

시즌을 거듭하면서 또 다른 구찌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고 있는 프리다 지아니니는 이번 시즌 컬렉션의 뮤즈로 모델 출신 포토그래퍼 리 밀러를 지목했다. 전설적인 사진가 만 레이의 조수이자 연인으로 유명했던 리 밀러의 우아한 40년대 룩 재현을 위해 그녀가 준비한 것은 강인한 어깨와 높은 허리선. 퍼프와 갖가지 비딩 장식으로 어깨를 강조해주고 금속 버클이 달린 와이드 벨트로 잘록한 허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식이다.

어깨와 허리의 극명한 대비효과를 노리는 롱 앤 린 실루엣은 40년대 헐리웃 스타들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아이스 블론드의 미녀들이 런웨이를 장악했던 발렌티노나 로베르토 카발리의 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볼륨감 넘치는 퍼 소재를 이용해 어깨를 강조하는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럭셔리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발렌티노 컬렉션에 주목할 것.
또한 카발리 쇼에 등장한 새틴 슈즈들은 발등의 스트랩에 술이 달린 고전적이고 드라마틱한 스타일로, 리타 헤이워드로 대표되는 백치미 넘치는 금발 미녀들의 글래머러스한 이브닝 드레스와 찰떡궁합을 자랑할 아이템이다.
40년대 헐리웃 여배우들의 패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수트. 마를렌 디트리히의 팜므 파탈적 매력과 캐서린 헵번의 지적인 우아함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이 시기 수트 스타일의 매력이다. 레트로 무드가 한껏 무르익은 이번 시즌의 컬렉션에서는 볼륨이 강조된 매니시 룩이 대거 등장해 수트를 차려 입은 여신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엠마뉴엘 웅가로와 페라가모는 바짝 치켜올려진 하이 웨이스트에 넉넉한 배기 실루엣이 돋보이는 수트를 선보였고 마크 제이콥스는 패드를 넣어 각진 어깨를 강조한 블랙 앤 화이트 수트를 등장시켰다.
하지만 수트를 소화하는 데 있어 40년대의 여배우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성이다. 그녀들은 남성적으로 강해 보이기 위해서 수트를 입는 것이 아니라 보다 여성스럽고 섹시해 보이기 위해서 수트를 입었다. 따라서 수트를 걸칠 때에도 이브닝 드레스를 입을 때와 같은 완벽한 웨이브 헤어와 인위적인 눈썹,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레드 립을 고수했다는 사실.

도자기처럼 창백한 얼굴 위로 빨간 입술이 만들어내는 한 줄기 차가운 냉소야말로 40년대의 히로인들을 설명하는 가장 훌륭한 아이템이다. 이러한 아이스 뷰티는 이번 시즌 수많은 런웨이에서 화려하게 리바이벌되고 있으니, 올 가을에는 우리 모두 립스틱 짙게 바르고 새틴 원피스라도 하나 장만하러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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