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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타프타를 사랑한 디자이너 - 로베르토 카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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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올해 상반기의 패션 트렌드는1960년대에서 왔다고 회고한다. 그렇다면 하반기의 어느 선상까지 그러한 분위기가 계속되리라고 예측하는지?
이미 가을과 겨울을 기다리는 옷들은 공장에서 가득 대기 중이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제는 지겨울 법한 60년대 스타일의 옷을 겨울 끝까지 만나게 되리라는 것.
귀에 박히도록 언급되었을 퓨쳐리즘 트렌드는 상반기의 주류 안에서1,2년 전이면 과장되었다 싶었을 샤이니 소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드렸다. 실제로 광택이 특색인 실크, 오간자, 비닐 류를 비롯한 타프타 소재를 더욱 가볍게 가공하여 내놓았던 원피스며 트렌치 코트가 얼마나 많았던가.

실로 60년대를 고급스럽게 재현했던 소재는 그 중에서도 타프타다. 은은하면서 섬세한 광택이며 사각거리는 감촉과 형태 보존감이 좋은 소재라 타프타를 애호하는 디자이너들은 과거에도 늘 존재해왔다. 마르니가 주력해서 사용해왔던 소재 중의 하나도 바로 실크와 타프타가 결합한 타프타 실크로, 2007 봄, 여름에는 끌로에, 구찌, 구호, 앤디앤뎁 등 내로라 하는 국내외 컬렉션에서 여러 디자이너들이 앞 다투어 차용하기도 했다. 이번 가을 겨울에도 마르니 스타일의 디자인과 실루엣이 50퍼센트 이상 여성복 시장에서 선점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타프타 소재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사랑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60년대에도 타프타 소재를 사랑했던 디자이너가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디자이너의 애틋한 소재 사랑이 역으로 소재가 실루엣과 전반적인 패션 스타일을 양성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하므로.
필자는 여기에 피에르 가르댕, 쿠레주, 입생 로랑 등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60년대를 대표하던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로베르토 카푸치’ 라는 이름의 히든카드를 꺼내고 싶다.
이탈리아 로마 태생의 로베르토 카푸치는 디자이너 세계에서 UFO와 같이 독특한 존재다. 이와 같은 그의 신비스러움은 아방가르드 예술에 대한 애호 밑 순수하고 독창적인 성격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미술을 공부한 그는 20세에 친구의 권유로 로마의 시스티나 거리에 작은 옷가게를 열었다. 그 후 1951년 피렌체에서 조반 바티스타 조지니에게 자신의 데생을 보여 호평을 얻은 것을 계기로 디자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여 두 시즌을 성공하였다.

1956년「핑크 라인」은 대성공이었고 1958년의「박스 라인」은 이탈리아에서는 혹평을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호평을 받아 보스톤의 패션 오스카 상을 수상했다. 1960년 미국의 패션 칼럼리스트 유지니아 세퍼트의 권유를 받고 파리의 캉봉 거리에 아틀리에 '로베르토 카푸치'를 열었다. 지중해 빛으로 통일한 그의 첫 쇼는 사람들에게 큰 파문을 던졌고 이후 보석, 라이터, 고급 프레타 포르테 이브닝 드레스 등의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이익을 얻으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고객에게 실험적인 오뜨 쿠튀르 작품을 선보였다.

카푸치는 자연이 패션의 영감이 되어 판단의 지침이 되었다고 밝혔으며, 거기에서 비롯된 그의 작품세계는 조각이나 건축과 같은 조형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현대 복식사에서 드레스 메이킹을 아트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의상들은 활동 시기의 옵아트를 포함해 기하학적인 구조적 의상을 선보였다는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타프타 소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그의 의상의 특징으로는 ‘입체성의 그로테스크’를 꼽을 수 있다. “의상이란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조형 예술로서 감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그의 창작 이념이 구조주의적 의상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소재의 변형과 왜곡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지는 표현 방법에 타프타를 애용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그가 타프타를 사랑했던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주름인데, 카푸치는 주름진 재질을 애용함으로써 의상에 조형물로서의 구성력을 지니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름은 강한 표현성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복합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그가 인체를 기초로 해 가장 아름다운 의상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무기였던 것.

그가 좋아했던 색채의 쓰임은 또 어떤가, 지금 우리들의 눈으로는 굉장히 동양적인 색채들을 주로 사용하였다. 오뜨쿠튀르로서 값어치를 인정 받으며 그의 주름이나 컬러 베리에이션 기법 등으로 동시대 한복을 연구하는 디자이너들에게도 꿈을 담은 디자이너로서, 로베르토 카푸치는 60년대로부터 타프타를 전해온 사실상의 장본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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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프타를 사랑한 디자이너 - 로베르토 카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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