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라인이 돋보이는 원피스. 2 2006년 S/S 웨딩 컬렉션. 레이스와 공단 소재의 믹스 매치가 인상적이다. 3 벨 라인의 튜브 톱 드레스에 공단 소재의 컬러 리본을 매치한 웨딩드레스는 베라 왕의 대표적 디자인.
경험으로 배운 패션
2천5백만원 상당의 김남주 드레스, 모던하면서도 단아한 심은하 드레스…. 우리나라 대중에게 ‘베라 왕’의 이름은 스타의 화려한 결혼 뒷얘기와 함께 다가왔다. 그러나 미국인에게 있어서 그녀의 이름은 웨딩드레스의 살아 있는 전설과 같은 인물. 그렇지만 상당수의 대가가 그러하듯 베라 왕 역시 정식으로 패션을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제약업계에서 일하던 중국인 사업가. 그는 자신의 딸이 미술이나 패션을 공부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베라 왕은 멋쟁이였던 어머니를 따라 미국과 파리의 미술관, 박물관, 패션쇼, 쿠튀르 숍 등을 다니며 패션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10대부터 이미 이브 생 로랑의 VIP였을 정도. 23세가 되던 해, 베라 왕은 세계적인 패션지인 『보그』에서 최연소 패션 에디터로 일하기 시작, 16년 후 랄프 로렌의 디자인 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미국 패션계의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웨딩드레스의 여왕
‘베라 왕’은 샤론 스톤, 우마 서먼, 멕 라이언, 제니퍼 로페즈와 같은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들이 열광하는 브랜드이지만, 의외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녀가 웨딩드레스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늦은 나이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베라 왕이 원하던 디자인은 모던하고 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면을 겸비한 스타일이었는데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직접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뉴욕 시내의 카일 호텔에 부티크를 오픈했다. 클래식한 라인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그녀의 드레스는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켜 트렌드세터와 할리우드 스타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베라 왕의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하되 정교해야 한다”는 것.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인답게 입었을 때 편하고, 어떠한 신체적 결함도 보완할 수 있는 기능적인 드레스가 ‘베라 왕’의 특징이다.
 1 팜 비치에 위치한 저택 ‘빌라 트랑킬라’의 내부 인테리어. 뉴욕 저택을 고급스럽고 무거운 느낌으로 꾸민 데 반해, 이곳은 편안한 휴식을 테마로 하여 꾸몄다. 2 베라 왕이 26세에 디자인한 뉴욕 근교의 별장. 돌, 나무 등 건물 자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가구가 도드라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3 상류층의 신혼 생활을 위해 실버 커틀러리 라인을 선보였다. 4 베라 왕이 디자인한 식기는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오프라 윈프리, 타이거 우즈, 마사 스튜어트, 도널드 트럼프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12인의 인물로 선정된 그녀는 자신의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10대 시절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국제 대회에서 활동했던 경험(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 대회에서 낙방하면서 꿈을 접었다)을 되살려 낸시 캐리건, 미쉘 콴과 같은 스케이트 선수를 위한 의상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결혼과 행복의 느낌을 향기로 표현한 향수 ‘VERA WANG’을 출시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는 식기와 실버 커틀러리, 란제리 라인을 선보여 럭셔리한 신혼 라이프를 제안하고 있다. 또한 클래식과 모던을 적절히 믹스한 그녀의 저택과 별장, 모던한 공간에 중국식 요소를 가미한 하와이 하레쿠라니 호텔의 스위트룸(하룻밤 숙박료가 4천 달러에 달한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의 가능성도 점치게 한다. 이와 같이 베라 왕이 시도하는 다양한 활동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삶’ 자체도 섬세하게 디자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용적으로 풀어내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베라 왕. 그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Vera Wang
1949~, 미국 뉴욕 출생
키워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중국계 미국인, 미국 『보그』지 최연소 패션 에디터, 실용주의, 모더니즘, 절충주의, 편안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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