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잔 오늘 아침, 복잡다단한 스킨 케어와 메이크업 루틴을 생략했더라도 단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의식이 있다. 바로 속눈썹에게 풍성한 검정 옷을 입혀주는 마스카라! 하지만 동양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침마다 겪어봤을 법한 고민, 이 짧고도 좀처럼 컬링되지 않는 속눈썹을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불로 달군 아이래시 컬(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방법)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고집불통 속눈썹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이럴땐 속눈썹이 머리카락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마틱하게 자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자존심 강한 속눈썹에 갖가지 영양을 공급해준다면 유전적인 운명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짧고 숱이 없는 속눈썹을 가진 동양 여성들의 고민을 해결해줄‘속눈썹 영양제’가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중 안과 전문의인 브린켄호프 박사가 개발한‘리바이탈 래쉬’는 독특한 제품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유방암에 걸려 항암 치료를 받는 도중 속눈썹을 몽땅 잃어버린 아내를 위해 브린켄호프 박사가 속눈썹 영양제를 고안해낸 것! 리바이탈 래쉬에는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프로스타글란딘 아날로그’라고 불리는 물질(녹내장을 예방해주는 안약의 중요한 성분)이 들어 있어 속눈썹의 성장을 돕는다. 속눈썹 영양제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잔 마리 니는 미국에서만 2007년 한해 동안 2백만 달러어치(1만2천6백82개의 튜브)가 판매됐을 정도. 하지만 의사의 처방이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을 함유했다는 이유로 FDA가 판매 금지를 선언했고, 그 후 모발을 자극하는 펩티드로 성분을 바꾸고 이름 역시 ‘마리니 래쉬’로 제품명을 변경한 채 재기를 꿈꾸고 있다.
눈 전용 제품으로 유명한 딸리까의 속눈썹 영양 제품의 브랜드 히스토리도 남다르다. 2차 대전 당시 화상을 입은 부상자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다니엘 로슈라는 프랑스인 의사가 크림을 개발했는데, 크림을 바르자 속눈썹이 자라기 시작했다는 것. 아침 저녁으로 바르는‘아이래쉬 리포실’은 이 크림의 성분을 연구해서 개발해낸 제품으로, 마스카라 솔처럼 생겨 바르기가 훨씬 쉽고, 작은 사이즈 덕분에 휴대도 간편하다. 모델코의 ‘래쉬+브로우 그로쓰 스티뮤레이터’는 속눈썹과 눈썹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영양제. 폴릭 에시드 성분이 영양을 공급해 성장을 촉진해주고 풍성한 속눈썹을 만들어주며, 빗 타입의 브러시는 사용이 간편하다. 그런가 하면 빅토리아 베컴이 사용한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롱실본자(스킨 알엑스와 디앤샵 등에서 구입 가능!)는 비타민 성분과 실크 단백질이 함유되어 눈썹에 얇은 코팅막을 형성해주는데, 실제로 이 제품을 사용한 후 마스 카라를 바르면 속눈썹이 훨씬 길어 보인다. 국내에서도 몇몇 브랜드가 속눈썹 영양제를 개발했는데, 헤라의‘아이래쉬 볼류머’는 비타민 B12 및 미녹시딜 유도체가 영양분을 속눈썹 뿌리에 원활하게 공급해 속눈썹이 빠지지 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안타까운 것은 속눈썹 영양제는 마스크팩이나 탄력 세럼처럼 그 효과를 즉각적으로 느낄 순 없다는 것! 매일 아침 저녁으로 속눈썹에 꼼꼼히 바르고 최소 4 ~6주 후에야 길어지고 풍성해진 속 눈썹을 갖게 된다는 말씀. 또한 렌즈를 착용하거나 안구건조증이 있는 등 예민한 눈을 가진 사람들은 속눈썹 영양제 성분이 눈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 인내심 없는 우리 여자들을 위해 내년엔 여자들의 영원한 로망,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단 하룻밤 만에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는 인스턴트 속눈썹 영양제가 나왔으면!
- 에디터 / 한주희 - 모델 / 레이첼 - 메이크업 / 류현정(Coma) - Photo / AN JI SUP - 출처 /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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