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프라카스나 옵세션 향수로 자신의 도착을 알리는 여성들이 있다. 휴대폰을 귀에서 떼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타악기 소리를 내 는 주얼리 전사들도 있다. 카미유 미셀리(루이 비통에서 마 크 제이콥스의 예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고, 루이 비통 하우 스를 위해 자신만의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있는)는 마지막 범 주에 속한다. 1인 랩 그룹이라 할 수 있는 그녀는 파리에서 전 화를 걸며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현재 작업중인 커스텀 주얼 리에 대해 종알거린다. 이 커스텀 주얼리 라인은 내년에 매장 에 선보일 예정이다.“합성수지, 컬러, 상아가 기본이고, 믹스 해선 안 될 것들을 믹스할 거예요.
Viennese Secessionist 컬 렉션을 디자인할 때는 준보석을 벨벳, 크로셰, 플라스틱 단 추, 체인과 믹스했어요. 하이--로우의 조화라고 할 수 있지요. 당시 비통으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었지요.”지금 미셀리 가 가장 아끼는 아이템들은 그녀의 친구인 빅토와르 드 카스 텔란에게서 받은 체인처럼 천박함과 고급스러움 사이에 불 안정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그런 것들이다. 드 카스텔란은 디 올을 혁신적인 주얼리의 종착지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진짜와 가짜, 도대체 누가 이런 것을 신경 쓴다는 말인가? 미셀리에 따르면 그 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목걸이로 사 용할 수도 있고 허리에도 두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린 그걸 수미시옹(soumission: 복종)이라고 부릅니 다. 저는 그 단어가 좋아요. 당신은 그렇지 않나요?”
슬프게도 미셀리는 자신이 12세 때부터 모아온 엄 청나게 많은 주얼리들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그녀가 예상치 못하는 틈새에 주얼리를 감추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 이 아끼는 많은 옷감을 옛날 아파트 굴뚝에 두고왔고, 그것을 돌려 달라고 요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손가락 한두 개에 스티븐 호킹의 뇌 크기 만한 반지를 하지 않고는 절대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드 카스텔란이나 5파운드짜 리 선원 스타일 티셔츠에 정교한 앤틱 루비가 박힌 우정 팔찌를 믹스한 이네 스 드 라 프레상쥬, 혹은 전체적인 룩을 아주 스타일리시한 본드 악당처럼 보 이게 만드는 중세풍 너클더스터(손가락 관절에 끼는 금속 장식)을 풍부하게 소유한 다프네 기네스처럼 미셀리도 멋진 주얼리들을 선보인다. 그녀는 발목 을 울퉁불퉁한 마사이 커프로 조이거나 티파니 제품처럼 보이는 스테이트먼 트 플라스틱 목걸이를 목에 걸거나 벨트로 착용한다. 그러나 주얼리를 경건한 기념(약혼반지, 결혼반지, 출산반지, 이혼반지)의 의미로 여기도록 교육 받은 사람들이 약간 당황스러워할 정도로 그것은 늘 무심한 듯 멋져 보인다.“특히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주얼리가 더욱 필요해요”라고 미셀리는 결론 내린다. “그들은 즐거움을 원합니다. 과거 러시아 여성들은 진짜만 구입했어요. 하지 만 우리가 5천 유로짜리 가짜 보석 올빼미를 디자인하자 모두 품절됐어요.”
21세기가 시작될 때 패션 하우스들은 현찰이 넘쳐나는 새로운 소비자들 을 유혹하기 위해‘고급스럽고’‘귀한’주얼리를 만들려고 서로 경쟁했다. 8 년이 흐른 지금 미셀리와 드 카스텔란 같은 여성들(이 중 많은 사람들이 프랑 스인이다. 그 이유는 내게 묻지 말라!), 아주 수수한 옷으로 회귀한 겨울 컬렉 션, 그리고 잇 백이 빠져나간 패션의 거대한 공백이 서로 맞물리면서 커스텀 주얼리(미셀리는 그것을‘익스트림 주얼리’라 부른다)의 화려한 부활이 그 절정에 도달했다. 고리 위에 고리가 겹쳐진 클로에의 작은 인조 다이아몬드, 발렌시아가의 컵받침 크기의 인조 진주와 사파이어 격자, 맥퀸의 인도왕 스 타일의 헤드피스와 칼라, PPQ의 손목을 빙빙 감싸는 두꺼운 금박 뱀들, 샤넬 의 흑옥과 진주 펜던트,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아네모네 모양 브로치, 진주와 모조 납유리를 다시 시크해 보이게 만든 레이블인 랑방의 아르데코 스타일 의 주얼리들, 그리고 로저 비비에의 모던한 조각 같은 장신구들. 슈 하우스인 로저 비비에조차 자신만의 주얼리 라인을 만든 것이다.“안 될 것 없잖아요?” 라고 디자이너 브루노 프리소니가 물었다.“은이나 인조 다이아로 만든 시그 니처 버클이 달린 슈즈는 발에 착용하는 보석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주 얼리 라인을 만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주얼리 가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잖아요!”그 중 몇 가지는 낭만적이거나 복고풍이 거나 모던하다. 그리고 모두 화려하다. 신용위기가 한창인 지금 당신은 이런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한번 쓰고 버리는 게토 시크의 냉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그것은 아마도 곤궁한 시대에 절약에 대한 생각 있는 여성들의 대응책일 것 이다. 시대가 정말 궁핍하다면 말이다.
보다 민첩한 패션 바이어들은 이런 트렌드를 유심히 지켜봤다. 당신은 주얼리의 세계가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본드 스트리트의 주얼러들과 짜증스 러운 싸구려 주얼리로 양극화되는 방식이 싫지 않았는가? 나탈리 카비리는 그랬다. 그녀는 이런 시장구조의 답답함과 두려움 때문에“진짜인지 가짜인 지 상관없잖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중간 부분의 주얼리를 창조하기 위 해 자신의 매장 카비리(Kabiri)를 런칭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디 자인이다.“저는 쉽게 싫증을 느껴요”라고 카비리는 설명한다.“수명이 긴 것 에는 관심이 없어요.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도 별로고요. 저는 패션과 잘 어울 리거나 그냥 멋진 게 좋아요.”그녀만이 아니다. 런던의 하비 니콜스는 로열 층이라 할 수 있는 1층에 주얼리 파트를 확장했다. 여기서는 진짜와 가짜가 공존하며, 가격대도 2백 파운드에서 2천 파운드 이상까지 다양하다. 이곳의 구매 담당 이사인 아브릴 오츠는 이렇게 말한다.“이곳의 주얼리들은 다이아 몬드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자신이 검소해졌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90년대 위대한 미니멀리즘 시대에 하비 니콜스에서 주얼 리 매장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은 기록할 만한 변화 다.“장갑의 경우와 비슷했죠”라고 오츠는 말한다. 오츠는 새로운 틈새시장 (특히 요트 위에서 벌거벗은 기분을 느끼는 여성들을 위한 비치 주얼리)을 개 척하기도 했다. 한편 작년 11월 런던의 브라운스는 주얼리 전용 구역을 오픈 했다. 그곳에서 리디아 쿠르테유와 로리 로드킨 같은 디자이너들의 주얼리 는 극적인 디테일에 대한 관심(아르마니와 도나 카란을 스타로 만들어준) 때 문에 더욱 돋보이다.
“디올이 진짜 보석을 거의 가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트렌드를 처음 시작 했지요”라고 리디아 쿠르테유는 말한다. 에나멜 장미들이 둘러진 그녀의 화 려한 자수정과 에메랄드는 페이크 주얼리처럼 위트 있고 입이 떡 벌어질 정 도로 크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보면 그것이 뭔지 잘 모른다.“ 터키와 태국산 보석은 30년 전의 보석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요. 그래서 이런 새 로운 접근 방식에 안성맞춤이지요. 이젠 진짜와 가짜, 천박한 것과 그렇지 않 은 것의 구분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자신이 하고 있는 장신구에 대해 거드름 을 피우는 태도야말로 천박한 것이지요.”
어떤 면에서 커스텀 주얼리는 오랫동안 지금을 위해 준비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마르니는 3~4년 전 플라스틱 목걸이에 4백 파운드를 사용하는 것을 투자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선글라스와 경쟁하는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보다 최근에 이브 생 로랑은 달콤한 색상으로 크고 둥근 캔디 모양의 반지와 정교한 커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임으로써 고객층을 확대했다. 그러나 마르니의 고무와 플라스틱은 현대적인 소재들을 개척하기 위해, 그리고 일 부러 값비싸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된 반면, 새로운 군단의 커스텀 주얼리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 상호 모순적이다.
아마 그 이름이 문제인 것 같다.“커스텀 주얼리는 꺼림칙한 용어입니 다”라고 톰 빈스는 말한다. 80년대에 이미 현재 발렌시아가에서 팔리고 있는 주얼리의 선구자격인 제품들을 디자인한 빈스는 이런 새로운 변화의 대부로 불린다. 당시에 그는 오래된 보석을 녹여서 그것을 재활용 메탈과 쓸모 없는 폐품과 믹스했다. 그는 포(faux: 인조, 모조, 가짜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커스텀은 가장 무도회 의상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 요. 거기엔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지요”라고 빈스는 말한다. 짐작대로 빈 스는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다. 80년대 초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해적 컬렉 션에서 말콤 맥라렌과 함께 일하면서 주얼리가 전복 과 저항의 가장 우아한 형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이후 늘 그랬다. 빈스는 해골이나‘아이러 니한’블링, 혹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다른 것들에 대 해 얘기하는 대신 멋지게 디자인된‘스테이트먼트 주얼리(그의 승인을 받은 용어)’가 여성들의 기분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저는 그것이 제 영혼이 담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예술의 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착용 하는 순간 아주 특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그것이 쓰레기처럼 보이는 한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건 샤넬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연인인 웨스트민스터 공작에게서 선물 받은 멋진 루비와 다이아몬드들 속에 파묻혀 불평을 늘어놓았다. 원한다면 눈을 흘겨도 좋다. 그러나 20년대에 그녀가 한 말은 사회적 전통에 대한 비난 이었다. 특정한 여성들이 특정 나이대에 특정한 보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비난 말이다. 스키아파렐리와 그녀의 연극적인 가짜 보석들과 더불어 샤넬 역시 예전엔 진짜에 밀렸던 가짜에 창의적인 고결함을 부여했다. 또한 그녀와 스키아파렐리는 1차 대전 직후 남편감을 찾지 못할 거라는 현실에 직 면해 종종 고독한 삶을 향해 불안한 걸음을 내딛었던 새로운 독립적인 여성 들을 맨 처음 인식한 사람들이었다.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보석을 사는 것 은 독립의 긍정적인 측면을 용감하게 인정하는 행위였다. 바로 그 때문에 20 년대에 칵테일 링(적당히 경박하고, 아주 패셔너블하고, 점잖은 싱글 여성이 전쟁 전에 착용할 수 있었던 보석과는 정반대되는)은 성 파워의 지각변동을 보여주는 멋진 증거였다.
커스텀 주얼리(이 용어는 1937년〈뉴욕 매거진〉에서 처음 사용했다)의 사회정치적 의미는 8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숨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것은 경제 불안에 대한 은밀한 반응일 수 있다. “사람들은 작년에 나온 지암바티스타 발리 드레스를 새로운 목걸이로 업데 이트하고 있어요”라고 아브릴 오츠는 말한다.“그들은 부가가치를 추구하고 있지요.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수입을 늘릴 방법들을 찾고 있구요.”혹은 그 정반대일 수도 있다. 그것은 상대보다 한 발 앞서가려는 세련된 시도일지도 모른다.“ 고객들에게 진짜 보석이 박히지 않은 단 하나뿐인 디자인의 가치를 설명할 때‘그런데 얼마죠?’라고 묻지 않게 되기까지 30년이 걸렸어요. 이젠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라고 에릭슨 비몬의 비키 비먼은 말한다. 그 녀는 80년대 초에 The B-52’s를 위해 번쩍이는 목걸이를 디자인하기 시작했 고 그것이 다시 유행했다 사라지는 것을 지켜 봤다.“고객들의 보석 중에 어떤 것은 보험금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들은 휴가를 갈 때 값비싼 가짜를 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것이 진짜처럼 보이길 원치 않습니다. 또 그것 을 주문 디자인의 한 형태로 생각하고 있지요. 80년대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찢었습니다. 하 지만 지금은 재봉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어 요. 주얼리는 개성을 창조할 수 있는 방법입니 다.”
지금은 보다 은은한 것들이 유행중이다. “이제 사람들은 주얼리가 자신의 지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라고 피파 스몰은 말 한다. 그녀는 다이아몬드, 브라스, 토파즈, 자갈, 그리고 녹일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톱숍에서 파는 에스닉 컬렉션을 위해 그 녀가 나이로비의‘키베라’라는 빈민굴 사람들과 공동으로 작업 할 때 사용하는) 소재들로 사용한다.“해변에서 발견한 아름다 운 돌이 가장 완벽한 다이아몬드 보다 더 많은 의미를 지닐 수 있어요. 그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기분을 상기시켜준다면 더 욱 큰 힘을 가질 수 있지요. 제가 보기에 이제 사람들은‘귀중하 다(precious)’란 단어를 재정의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글 / 리사 암스트롱(Lisa Armstrong) - 스타일 에디터 / 손은영 - 헤어 / 김선희(고원) - 메이크업 / 오미영(고원) - 모델 / 이지연 - 출처 / www.vogu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