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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통합보관자료

서늘한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_ 임선옥 2008-2009 F/W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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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녹지 않은 눈이 군데군데 쌓여 있던 1월의 끝자락에, 디자이너 임선옥의 샵을 찾았다. 화이트 원톤의 간판이 달린,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뜰리에와 샵이 사이 좋게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트렌디함과 조금은 간격을 두고 있지만 그만의 고즈넉한 멋을 간직하고 있는 부암동 같이 그녀와 많이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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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게 내린 커피 한잔과 나눈 이런 저런 얘기들은 흥미로웠고, 잔잔히 들려오는 이상은의 노래는 여느 때보다 더욱 귀에 감겼다. 다가올 컬렉션도 꼭 보러 오라는 마지막 인사를 받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날의 기억을 여러 번 곱씹어 보았다. 드디어 3 24일 학여울역 무역전시장에서 새로운 시즌의 컬렉션이 시작되었고, 다시 한번 그녀의 컬렉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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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지만 강단 있는 음악이 흐르는 런웨이의 슬라이딩 도어를 밀고 나와 간간히 놓인 오브제 사이를 걷는 모델들은 모두 예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얼굴에는 분명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들의 심중을 알려주는 것은 오직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뿐이다. 단정한 플랫슈즈는 발이 아닌 머리 위에 얹혀져 있고, 재킷의 안과 밖은 바뀌어 있다. 등 뒤에 있어야 할 지퍼는 당당히 가슴 위를 가로지르고, 반대로 등 뒤에는 섬세하게 잡힌 개더가 자리잡았다. 이러한 흐름은 겉과 안이 뒤바뀐 아이템들에서 절정을 보여준다. 언뜻 보기에 예쁘고 기발한 절개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라인들은 실제 재킷과 원피스의 안감이 놓여지는 라인이다. 암홀을 두르고 옆선을 지나서 포켓을 감싸고 헴 라인을 흐르는 라인은 겉모습에 감춰진 내면을 보여주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캐어 라벨이 오히려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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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풀어낸 아름다움은 어쩐지 서늘하고 한없이 자유로웠다. 양쪽이 다른 라펠을 가진 재킷은 젖혀짐의 차이로 철저한 대칭을 이루어냈고, , 새틴, 져지는 한데 녹아 새로운 통일감을 자아냈으며, 화이트와 에크루, 웜그레이, 핫 핑크와 네온 그린의 조화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녀의 컬렉션에서 액세서리와 오브제는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도 액세서리들이 여지 없이 그 진가를 발휘했는데, 간호원의 서류철을 모티프로 한 클러치와 링거 줄로 만들어진 목걸이, 모자로 차용된 신발, 신발 대신의 형광 리본 등은 컬렉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이처럼 임선옥은 갈등과 대비 부조화와 혼돈 속에서 정확한 접점을 잡아내 그 결과물들을 강단 있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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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뜰리에의 메모판에는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있는 여인의 크로키가 붙어있었다. 막 컬렉션의 준비가 시작될 무렵 그녀의 머리 속에는 어떤 이미지들이 떠올랐을까? 온갖 수식어를 동원하여 이런 것들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의 옷은 만져보고 들춰보며 그 안에 들어있는 공기를 느껴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컬렉션 사진제공 – 서울컬렉션 >




아이스타일24 패션에디터 안성은


자료제공<아이스타일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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