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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통합보관자료

2007 패션가 Hot Issue Bes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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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같이 누워있는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이 들어왔다. “2007년 패션가 핫이슈를 10개 꼽아보라”
굳이 2007년 말고도 여기는 잘 나가는 해외 스타가 구멍이 난 스타킹만 신고 나와도 깔깔대는 온갖 이슈들이 김밥 집에서 김밥 말듯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전 세계 남자들은 디올 옴므를 적극 반겼고, 쿠튀르 의상을 입고 말에 올라 탈수 있는 유일한 여성으로 이야기된 패션에디터 이사벨라 블로의 장례식장이 그녀의 기괴한 모자들과 함께 진행되었음은 물론, 매 시즌 콘셉트가 무 콘셉트라고 자청하는 “Ann Demeulemeester”의 국내 매장이 도산공원에 심어졌다. 적어도 나에게 핫 이슈였던 이야기 거리들을 정신없이 쏟아내며 2008년도가 훌쩍 다가온 어색함을 달래본다.

"레깅스 그만 신으면 안돼요?" 라고 말하고 이번 컬렉션에 레깅스만 선보인 그의 유머에도 반가운 인사를, 서상영 라인이라고 할 만큼 그는 실제로도 이번 한해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참 많이 한 디자이너다. 그의 아이템 하나하나는 이 시대 호감 그 자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같던 컬러데님 속에도 그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베이직’이라는 컨셉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아 똥줄 빠진다”라는 말처럼 정말 똥줄 빠지게 열심히 궁리했을 그래서 섬세함을 놓치지 않은 디자이너의 노력 또한!

사람들에겐 닮고 싶은 사람이 존재한다. 사실 무대 위의 쭉쭉 빵빵 그녀들을 보고 여자라면 밥을 먹다가 식욕이 떨어져 숟가락을 던져버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듯?

이제는 남성들도 슬림, 슬림, 슬림을 외치며 앙상해지고 있지 않는가. 결국은 뼈다귀만 앙상하게 남은 외국 모델의 사진들이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나돌았다. 165㎝에 몸무게 31㎏에 불과한 이사벨 카로(26)를 놓고 사람들은 못된 말로 비난해댔지만 카로는 “내 모습을 보고 여성들이 지나친 다이어트를 중단하기를 원한다 ” 고 호소했다.

“말라깽이 모델이라뇨,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온몸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패션왕국의 슈퍼 모델들이 이제는 가정부를 폭행하는 일마저 일어났다. 누구는 노래를 부르러 떠나거나 마약을 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리고, 디자이너들에게는 모델의 이름이 오히려 감점요인이 되기 시작한 요즘이다. 어쩌면 이런 어이없는 기사거리가 이슈가 되고, 한 시대를 풍미하던 슈퍼모델이란 이름이 날씬하게 옷만 입어주는 여성이 된 것 아닌가 씁쓸하다.

블랙 수트에 딱 달라붙는 진을 입고 눈이 반쯤 잠기는 뱅 헤어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록 밴드들이 인기였다. 소위 그들의 ‘옷 빨’이라는 것에 영향을 받아온 것은 따지고 보면 다 에디 슬리먼의 계락(?)이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그들은 디올 옴므와 함께 성장하며 주목을 받았고 대표적으로 프레디 페리의 피케 셔츠를 즐겨 입으며 유로 댄디 룩을 선보인 프란츠 페르디난드. 또 함께 떠올랐던 베이비 샘블스의 피트 도허티 역시 188cm의 늘씬한 몸매로 한때 에디 슬리먼의 뮤즈이기도 했으며 케이트 모스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그렇게 록밴드들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 A.P.C, 앤 드묄레미스터, 마가렛 호웰 뿐만 아니라 요즘 여느 디자이너의 옷에서는 록이라는 단어를 찾기 쉽다. 그래서 올 한해 하얀 뿔테 선글라스와 가죽재킷이 그렇게 징그럽게 대량 유통되었나?

나 고등학교 때 좀 알고 살자 싶어 집어 들었던 책 속의 백남준은 대 놓고 표현하는 앞서가는 퍼포머였다. 그 시대에 그런 퍼포먼스를 펼치고 살았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하며 잠시 잊혀져 있던 그가 몇 개월 전부터 TV 속에서 “쇼를 해라”를 외치기를 백만 번.

그리고 얼마 전 지춘희는 백남준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를 위한 쇼를 선 보였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국내 패션 디자인 공모전 심사에 대한 주제는 앤디 워홀, 그의 작품을 인용한 유니폼 제시였다. 과거에 안정되었던 고급문화가 흔들리면 그 다음에 대중문화가 패러다임을 새로 쓰면서 문화적인 향유거리가 속출했듯이 적절한 시기에 팝 문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내셔널브랜드 쌈지에서는 그의 작품을 가방과 티셔츠에 그려 넣었으며, 시계도 등장했고 이번 한해 해외패션에서도 무시 못 할 만큼 팝아트가 잘 쓰인 한 해였다.

값비싼 브랜드 입는다고 옆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친구에게 사실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나에게는 유니클로와 아메리칸 어패럴, 갭이 있으니까요” 라고쯤 해두겠다. 우선 유니클로는 패션 업체로서 꾸준히 국내외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을 통하여 이름을 알린 상태였고 ‘내가 테리 리처드슨과 함께 이 옷을 입는 구나’ 라는 인식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갭은 디자이너 두리 정과 타쿤의 디자인으로 ‘다시’를 꿈꾸었고, 베이직을 모토로 하면서 컬러만큼은 시대를 잘 타고 나온 아메리칸 어패럴이 또한 시대를 탔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품질과 디자인 모두 충족시켜주며 모두 가지고 싶게 만드는 아이템이라는 것. 이제 번쩍번쩍 생기는 매장만 좀 추스르면 될 듯하다.

몇 달 전 세계적이라 할 수 있는 배우 디타 본티즈가 에이즈 예방 기금이라는 돈다발을 들고 한국을 찾아왔다. 뉴욕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케네스 콜은 에이즈 감염 및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 수익금은 전액 각종 에이즈 예방 및 퇴치를 위한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도 에이즈 퇴치를 위한 그 특유의 유머가 가미된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고, 루이비통에서는 에이즈 퇴치기금마련을 매회 열고 있다. ‘Red’ 라는 글로벌 브랜드 사업에 참여 하고 있는 조르지오 알마니, 1980년부터 지금까지 37억 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캠페인과 광고를 하고 있는 리바이스, 그리고 캔버스, 갭 등이 대표적인 에이즈 예방 선두에 있는 브랜드들이다.

2007년은 한국을 넘어서 해외시장을 경험하고 온 이들에게 더욱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 속의…’ 이런 수식어는 뒤로 미뤄도 될 만큼 그들 스스로 깨고 나가 꿰찬 성과로 보여진다. ‘준지’라는 귀여운 이름을 들고 프랑스로 날아간 디자이너 정욱준은 그들이 먼저 “당장 계약하자”며 계약서를 꺼내 들게 만들었고, 이번 S/S 파리 컬렉션에서 모두가 반할 만한 독창적인 옷을 내보인 이상봉, 그리고 뉴욕 파리 밀라노 등의 컬렉션을 오가며 구찌, 샤넬, 루이비통, 마크 제이콥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런웨이를 새처럼 날아다닌 혜박과 함께 지난 시즌부터 해외 컬렉션 등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한혜진, 김다울, 박윤정. 올해 이들이 이루어 낸 성과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어낸 성공이겠지만 그들의 진출과 함께 우리 패션계의 즐거움 또한 상당했으니 그 뒤를 따르는 자들은 그들을 위해 언제든 기립할 준비가 되어있다.

“자고 일어나 눈을 떠보니 스타가 되어있었어요” 어느 날 내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송경아가 스타가 되어있더라. 패션 관련 케이블 채널들이 쏟아지면서 모델들이 방송활동에 시동을 걸더니 이제는 프로그램 진행자, CF 모델로도 각광 받고 있다. 대표발주자 송경아와 미녀 스타 김태희가 “부럽다”며 한숨을 내쉬는 광고로 더욱 유명해진 모델 장윤주는 쇼핑몰, 건강음료제품, 미용제품 등을 넘나들며 브라운관을 휩쓸고 있다. 여기에 디자이너들도 가세,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을 자신의 패션쇼 무대에 세우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디자이너 이상봉은 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O’live)의 패션정보 프로그램 ‘디자인 잇 유어셀프 2’의 ‘아이 엠 어 디자이너’ 코너에 출연했다. 그 밖에 패션 디자이너, 구두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이어, 에디터 등의 방송활동이 잦아졌다.

이제는 모범생처럼 지루하게 입고 치열하게 한 가지 일만하지도 않고, 뮤즈나 아이콘에 가까운 모습을 한 채 환상만을 가꾸지도 않는다. 서로의 영역에 으르렁 대지 말고 꽃씨를 뿌리자.

이번 해는 아방가르드와 퓨처리즘 사이에서 하늘거리는 미니멀리즘이 그저 반갑기만 했다.
60년대 패션의 특징인 간결한 직선 실루엣과 복잡한 디테일의 생략, 나아가 장식이나 액세서리의 생략 등 기존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지만 올해의 미니멀리즘이 다른 점이라면, 과거의 실용성, 기능성이라는 가치를 둔 발생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60년대 이브 생 로랑이 보여줬던 미니멀리즘과 90년대 중반 캘빈클라인의 미니멀리즈, 그리고 90년대 후반 질 샌더의 미니멀리즘 표현이 모두 달랐던 것처럼.

2007년의 미니멀리즘은 프라다(Prada)를 중심으로 구찌(Gucci), 헬무트 랭(Helmut Lang), 질 샌더(Jil Sander), 캘빈 클라인 (Kelvin Klein)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앞 다투어 패션의 극치를 표현하는데 접목되었다.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현대패션을 개척했다고 평가되어지는 디올, 그 60주년을 맞아 존 갈리아노에 의해 부활하였고 지난 2일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 오랑주리에는 머리를 크루아상처럼 한껏 부풀리고 디올의 의상들로 멋을 낸 인사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47)의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60주년 기념 쇼에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이로써 디올은 지난 1947년, 전후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뉴 룩(New Look)’으로 여성들에게 ‘아름답게 자신을 연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일깨웠던 그 때를 다시 회고했다.
무엇보다 그가 쓴 색은 황홀할 정도로 매혹적이고 기품이 있었다. 고야, 카르바지오의 회화에서 영감을 얻은 천재 디렉터는 클래식함을 강조한 무대로 우아한 의상과 어울려 특별한 무드를 자아냈다.

디올과 존 갈리아노의 날에 그의 드레스를 입고 누구보다 아름다움을 뽐냈던 모델들이 너무나도 부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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