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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불변의 법칙,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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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법칙, 블랙
작년 이 맘 때 ‘블랙이 돌아왔다’는 둥 호들갑을 떨면서 블랙컬러 아이템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다. 각종 시상식에서 셀러브리티들의 의상이 블랙으로 일관했던 것을 보고 ‘너무 한결같이 지겹지 않나~ ’라며 평을 했을지라도 어쩌겠는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옷들이 죄다 블랙 일색이라면 그들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가을, 겨울에 블랙을 주축으로 모노 톤의 옷들이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물론 모노 톤 트렌드 위에 그린, 옐로, 레드 등의 액센트 컬러가 가미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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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단위로 돌고 돈다는 패션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커다란 패션흐름 안의 작은 트렌드 주기는 점점 더 가변화 되어 가고 있다. 미시적인 관점이지만 2000년대 들어 트렌드 회전율이 빨라졌다는 것을 봐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블랙의 출현과 쇠퇴로 어느 정도 주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밀레니엄 앞 뒤로 7년 주기의 스타일이 반복되었다는 것.
정확히 7년 전쯤 밀레니엄이 도래하는 그 당시, 지금 못지않게 미니멀리즘이 성행했었고 블랙 컬러의 매니시 수트와 팬츠가 유행했다. 블랙 컬러에 받쳐입기 쉬운 화이트 셔츠가 같이 유행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블랙은 빛을 수렴하는 색이다.
1990년대 말은 과거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기 전 암흑 시대가 있었 듯, 희망차고 화려한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이전에 모든 에너지들을 수렴하고 있는 기간이었다.
또는 2007년의 트렌드를 분석하듯 미니멀리즘의 유행을 우후죽순 격인 멀티 문화의 팽창에 대한 반발 작용으로 생각해도 되겠다. 9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40년대의 글래머 스타일이 유행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볼 때, 2007년에 미니멀리즘 성행 이후 40년대 스타일이 회자되고 있다는 건 흥미로운 대비가 되지 않을런지?

다시 돌아와 2006년 겨울, 블랙이 돌아오기 직전에는 무슨 컬러가 전국을 강타했었는지를 떠올려보자. 바로 화이트다.
블랙 & 화이트는 반대 성질의 컬러이면서 앞 뒤로 기가 막히게 짝꿍을 이루는 색이기도 한 것. ‘요지 야마모토’가 특히 블랙 앤 화이트에 열성적인 디자이너이며 ‘질샌더’하면 블랙이 떠오르고 ‘앙드레 김’하면 화이트가 떠오르는 등, 디자이너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컬러가 있다는 것도 디자이너의 성향과 컬러의 성격을 비교해 봤을 때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쯤 되면 거론되어야 할 것이 ‘모노 톤의 차별화’다. 라이트 그레이와 차콜 컬러 계열의 모노크롬 컬러 범주가 블랙 앤 화이트와 함께 어떻게 톤 온 톤의 컬러 조합을 하느냐에 따라 환상의 조합이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은 미니멀리즘일지라도 1년 전과 지금과의 그것이 다른 이유는 ‘레트로 미니멀리즘(Retro minimalism)’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트로 미니멀리즘은 포스트 미니멀리즘과 상통하는 것으로 쉽게 클래식의 현대화라고 생각하자. 올해의 미니멀리즘은 몸에 딱 떨어지는 깔끔한 피팅 라인에 주력했던 작년의 트렌드와는 다른 새로운 볼륨과 비율을 추구하면서 로맨틱한 요소를 가미, 우아한 절제미를 추구한다.

올 하반기, 국내의 유수 브랜드에서 앞 다투어 준비한 블랙 아이템은 그야말로 위 아래 한 벌 느낌의 수트 정장이라고 한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블랙 아이템이 ‘모던 클래식’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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