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

젊음을 디자인하는 마크 제이콥스

반응형
젊음을 디자인하는 마크 제이콥스
유명한 패션 디자인 브랜드들이 우아함과 부티남에 승부를 걸 때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은 전혀 다른 전략적 승부를 건다. ‘귀여움과 예쁨’ 이것이 그의 전략의 전부이다. 그는 영속적일 것 같지 않는 젊음으로 영속을 추구한다. 말하자면 그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은 영원한 젊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명하게도 그는 과잉 된 젊음을 외면하고 젊음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게 하는 그 힘을 말이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은 젊음의 기호가 아니라 신선한 생명 그 자체가 되려고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서양 사람들은 옛날부터 고정불변하는 아름다움의 어떤 유일한 전형을 꿈꿔왔다. 그 결과 수학이 조형원리로 번안된 ‘황금비례’와 같은 것들이 궁극의 아름다움으로 행세하게 되었다. 이것이 인체에 적용되면 ‘밀로의 비너 스’ 상과 같은 완벽한 비례를 가진 조각상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건축에 반영되면 ‘르네상스 양식’과 같은 완벽 한 비례의 건물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꿈은 서양의 역사 속을 도도히 흐르고 있는 거대한 흐름이 되어 지금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몇 가지로 추릴 수 있을 정도로 획일적이지 않다. 새벽에 뜨는 해도 아름답고, 저녁에 지는 해도 아름답다. 온 천지를 봄 향기로 가득 채우는 새싹들도 예쁘고, 온 천지를 붉은 색으로 가득 물들이는 단풍의 향연도 아름답기가 그지 없다.

변한다고 해서 이것들을 아름다움의 목록에서 제외시킨다면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언인가?
변하지 않는다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넌센스일 수가 있다. ‘밀로의 비너스’가 아름답기는 하나 그 녀의 몸매를 닮고 싶은 여성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시각으 로는 뚱땡이(?)다.

아름다움이 다양하다는 것은 현대 패션 디자인을 보면 극명하게 느낄 수가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의유수한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내는 옷의 모양들은 하나 같이 다르면서도 하나 같이 아름답다. 아름답다라는 동일한 틀 안에서도 어떤 것은 우아하고 어떤 것은 귀엽고 어떤 것은 특이한, 각각의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고 각각 다른 맛이 있기 때문에 식도락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같은 옷이라도 각각이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는 즐거움, 입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획일적인 아름다움이 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든 아름다움이 비누방울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오랫동안 생명을 가지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 상정이다.

동대문 시장과 같이 순환하는 시간의 속도에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이름에 승부를 거는 디자이너들 이라면 당연히 시간에 부식되지 않는 개성을 추구하게 된다. 과도한 획일성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면 이러한 움 직임은 대개 우아하고 기품이 있으며, 한 눈에 파악되지 않는 신비로운 조형적 개성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 가게 된다. 눈에 튀고, 쉽게 이해되는 디자인은 생명력이 빤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따라서는 조금 다르겠지만 색이 튀거나 모양이 특이한 디자인은 세월을 관통하는 보편성을 얻기에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디자인을 보면 오히려 귀엽고 재기 발랄한 디 자인으로 시간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의 디자인은 우아하고 아름답기 보다는 귀엽고 예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디자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볍고 표피적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속성을 피어나는 생명의 본질로 승화시키면서 생명력을 얻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단련된 그런 노련한 우아함이 아니라 막 땅을 뚫고 나와 생명을 시작하는 새싹과 같은 강력한 생명력을 디자인에 부여하기 때문에 영속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젊은 나이에 단박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것은 바로 이런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우리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진 디자이너는 아니다. 하지만 “루이뷔통”을 모르 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1997년, 34세의 나이에 세계적인 루이뷔통의 수석디자이너로 취임하여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루이뷔통 가방이나 옷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현재는 루이뷔통을 책임지고 있는 디자이너이긴 하지만 이전부터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가지고 있 었고 지금까지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남들 같으면 하나의 브랜드도 관리하기 힘들 텐데 그는 두 개의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각 국의 의류회사와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천재적인 디자이너이다.

브랜드는 다양하지만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을 보면 젊음이 느껴진다. 대개 젊음이란 한 때 에너지로 충만한 시기로 늙음을 앞에 둔 순간의 화려함에서 그치기가 쉽다. 하지만 제이콥스의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젊음은 조금 다르다.

흰색바탕에 굵은 빨간색 체크무늬가 들어간 카디건과 그 속에 받쳐 입은 연한 핑크빛의 상의. 몰디브 해변을 연 상시키는 에메랄드 블루의 바지가 어울린 디자인이나 연한 보라색에 짙은 보라색 나비 넥타이를 가진 몸에 꽉 끼는 상의와 빨간 체크무늬가 자유롭게 들어가 있는 풍성한 치마의 디자인은 젊음의 과도한 에너지 보다는 갓 피어나려는 봄날의 새싹처럼 풋풋하고 풍성한 생기를 느끼게 해준다.

예컨데 빨간색이나 마젠타와 같은 따뜻한 색을 많이 썼다거나, 밝은 톤으로 조화된 색들은 전체 디자인을 따사로운 봄날처럼 만든다. 그리고 패턴을 넣을 때는 밝기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도록 해서 귀엽고 은은한 느낌이 나게 한 것은 파릇파릇한 젊은 생기를 추상화한 결과라고 할 수가 있다.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은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그의 모든 디자인에서는 이렇게 은은하지만 상쾌하고 맑은 민트 향을 볼 수가 있다.

귀엽고, 은은하고, 파릇파릇한 느낌은 마크 제이콥스 디자인의 조형적 인상, 개성이라고 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것은 그의 디자인을 순간에 명멸하지 않게 하는 지속성의 원천이라고 할 수가 있다. 만일 그의 디자인 이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단순히 기호화시키기만 했다면, 그래서 그의 디자인이 젊음으로 넘쳐나기만 했다면 그 의 디자인은 그리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젊음 그 자체를 가리키기 보다는 젊음의 생기, 다시 말해 젊음이 비롯되는 생명감의 원천을 정확하게 지적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은 젊음으로 요란하지도 않고, 젊음을 소비하지도 않는다. 대신에 그의 디자인은 젊음을 가능하게 하는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절제된 존경과 놀라움이 있다. 겉으 로 보기에는 젊지만 디자인 담긴 생각은 애늙은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깊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

Photographer 이준용 (studio NOON) / Fashion editor 유영은 / Model 신민희 / Hair 이선 / Make up 방선화 (김청경 헤어페이스) / Assistant 박미경&이재란 / Location 주얼리마미(031-901-6472)
로맨틱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스트레이트 실루엣의 변신.
미니멀리즘을 표방한 수많은 아이템들 중에서 살아 남는 방법,
플러스 미니 재킷 연출 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