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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통합보관자료

미스지 컬렉션, 백남준 미디어 아트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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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노라 하는 국내 셀러브리티들의 변함 없는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 미스지 컬렉션의 08 S/S 패션쇼가 지난 주말 KBS홀의 야외 무대에서 열렸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디자이너들의 쇼는 대개 무슨 무슨 호텔에서 열리는 것이 정석이건만, 난데없이 무대가 KBS 홀이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디자이너 지춘희의 이번 컬렉션에는 바로 지난 해 작고한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을 추모하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

<백남준의 비디오 광시곡>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KBS의 야외 무대에서 열린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패션이라는 장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함께해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신윤주 아나운서의 차분한 인사말로 문을 연 행사는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히로인 이소정 씨가 부른 달콤한 'Moon River'를 시작으로, 20대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현대무용단 LDT의 박력 넘치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들이 대부분 모니터 여러 개를 '집합'함으로써 구성된다는 점에 착안해 모델들의 등장이나 워킹이 단체를 이루도록 쇼를 구성했다는 디자이너 지춘희의 말대로, 쇼의 오프닝 또한 다수의 모델들이 계단 위에 늘어선 속칭 '떼샷' 으로 시작되었다.

풍성한 블라우스와 펜슬 스커트가 매치되어 그녀 특유의 페미닌한 감성을 드러내는 하이 웨이스트 룩이 가장 먼저 등장했는데, 역시 우아하고 클래식한 여성미의 일인자임을 확인시키는 시크한 출발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델 송경아가 옆구리에 끼고 나온 커다란 앵무새 인형. 이 컬러풀한 앵무새 모티브는 쇼 전체를 아우르는 포인트로 활약하며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오색찬란한 색채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컬러를 통한 시각적 화려함 외에도 새 깃털 모티브는 블랙 재킷의 포인트인 비딩 장식이나 전위적인 헤어 액세서리로 사용되었다. 앞서 열린 파리나 뉴욕의 유명 디자이너들 쇼에서 독특한 트렌드로 떠올랐던 깃털 소재는 이번 미스지 컬렉션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해, 새하얀 깃털로 장식된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한혜진이 쇼의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했다.
앵무새에서 영감 받은 다양한 색채 외에 디자이너 지춘희가 미디어 아트의 시각적 리듬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소재는 바로 실루엣. 트렌디한 느낌의 코쿤 실루엣을 비롯해 페티코트를 이용해 부풀린 풀 스커트, 슬리브와 헴라인에 힘을 넣은 벌룬 원피스 등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볼륨 스타일이 등장했다. 컬러풀한 타프타 소재는 새틴처럼 흘러내리지 않고 적당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실루엣 연출에 적합했고, 그 고급스럽고 질감으로 우아함을 더해 주었다.
후반부에 대거 등장한 도트 패턴의 옷들은 미니 사이즈와 심플한 실루엣으로 60년대풍 레트로 분위기를 반영하는 가운데 원형 패턴을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더욱 리듬감이 강조되었다. 이와 함께 쇼 전반에 걸쳐 액세서리로 사용된 에나멜 소재의 티 스트랩 슈즈와 넥타이 모양의 벨트 등도 훌륭한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은가루가 뿌려진 야외 무대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쇼 내내 구름, 우주 등이 형상화된 몽환적인 미디어 작품들이 비춰졌고, 페미닌한 디자인에 키치적인 아트적 요소가 섞인 미스지 컬렉션의 옷들은 어둑해진 밤을 배경으로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다.

당장이라도 사 입고 싶은 웨어러블한 아이템들과 아트적인 실험성이 잘 조화된 덕분에 120여 벌이라는 다량의 옷을 꽤 긴 시간 동안 지켜봐야 했음에도 그 시간이 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도 인상 깊다.
언제나 미스지 컬렉션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황신혜, 이수영, 이승기, 채정안 등의 셀러브리티들도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쇼를 지켜보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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