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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패션

캐릭터의 힘 <노다메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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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 노다메 칸타빌레 > 의 유쾌 상쾌 통쾌한 청춘 바이러스가 드디어 바다를 건너 국내에까지 침투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클래식이라는 낯선 소재를 일본 특유의 유머러스한 성장물로 풀어낸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

원작만한 리메이크 작은 없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 노다메 칸타빌레 > 의 경우 원작만화가 가진 흡인력에다 영상매체의 장점인 화려한 시청각적 효과가 더해진 최고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청춘물임에도 불구하고 O.S.T 전체를 클래식 곡으로만 구성한 뚝심 있는 연출 덕분에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곡을 중심으로 한 클래식 붐이 일었을 정도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이미 노다메 바이러스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노다메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성황리에 치뤄지기도 했다.

이렇듯 생경하기 이를 데 없는 클래식이라는 소재에 우리가 열광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클래식 음악 자체가 가지는 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노다메 칸타빌레>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주인공들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단지 수면제에 불과했던 베토벤의 교향곡이 멋진 치아키 왕자님과 4차원 천재소녀 노다메의 성장 스토리와 엮이기 시작하면 대책 없는 눈물과 감동의 하모니로 탈바꿈해 우리의 귀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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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드라마가 가지는 최고의 강점이 된다. 노다메와 치아키를 비롯한 주인공들부터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조연들 각자가 지닌 확고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뿐더러, 꿈을 향한 그들의 열정 레이스에 심정적으로 동참하며 느끼는 카타르시스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나름의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좌절당하는 떨거지 캐릭터들이므로 그 감동의 울림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잘 만든 드라마일수록 이런 등장인물의 독특한 캐릭터가 비주얼 속에 녹아나는 법. 인간미 없는 냉혈천재지만 은근히 어리버리한 데가 있고 영락없는 코미디 라이프인 줄 알았는데 나름 가슴 아픈 과거지사를 간직한, 우리를 웃겼다 울렸다 하는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그들의 패션 스타일을 이용해 하나하나 분석해보자!!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틀어 최고의 캐스팅을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그건 단연코 우에노 주리다. <스윙걸즈>에서 선보였던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다 4차원틱하게 업그레이드한 그녀의 노다메는 드라마 사상 가장 더럽고 엽기적이며 먹을 것을 밝히는 여자 주인공이면서 또 사상 최고로 사랑스럽고 깜찍한 캐릭터이기도 했다(사실 이 두 가지 요소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진 수많은 여성들이 원피스, 카디건, 부츠라는 삼 박자 코디네이션을 따라하고 싶어 아우성치게 만들었으니 노다메의 재능은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극 중에서는 노다메가 원피스를 애용하는 이유를 단지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한번이라도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순수한(혹은 단순한) 정신세계에 딱 어울리는 걸리시하고 러블리한 옷들만 콕콕 찝어서 입고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노다메의 서민적인(?) 식성 덕택에 일견 싸구려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 옷들은 타탄요크숍, 베이비 제인 까사렐이라는 브랜드의 제품들로써 원피스 한 벌의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기는 나름 럭셔리한 녀석들이다. (왜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즐기면 안 되는 것이냐고 물으며 꿈을 가진 채 방황하는 우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던 그녀가 알고 보니 우리와는 급이 다른 쁘띠 부르주아였다는 충격적인 사실~~!!)

하지만 비싼 원피스를 몇 벌씩이나 돌려가며 입는 그녀에게도 365일 사용하는 베스트 아이템은 존재했으니.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노다메의 피아노 가방이다. 드라마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줄창 들고 나오는 이 직사각형의 숄더백은 피아노에 죽고 못 사는 그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소품이면서 심플하고 귀여운 건반 디자인 덕택에 노다메의 걸리시한 원피스 룩과도 굿 매치를 이루는 아이템이다. 드라마의 인기가 한껏 높아지면서 정품 가격의 5분의 1 수준인 이미테이션 백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

어린 시절의 동체착륙 경험으로 인한 비행기 트라우마를 특유의 개인주의와 냉정함 속에 숨긴 치아키의 캐릭터는 그의 옷 입은 모양새만 봐도 감이 온다. 우선 컬러. 치아키는 블랙, 화이트, 그레이. 이 세 가지 모노 톤만을 고집한다. 게다가 평범한 화이트 셔츠와 치노팬츠, 디테일을 최소화한 브이넥의 니트류가 전부다. 여기에 날이 추우면 블랙 재킷을 하나 걸쳐주는 정도?

하지만 이 심플함 속에 치아키 특유의 세심함과 완벽주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 그가 고집하는 화이트 셔츠는 그냥 화이트 셔츠가 아니라 꼭 깃이 빳빳하게 살아 있는 날렵한 것이어야 하고, 치노팬츠 또한 헐렁하지도 타이트하지도 않는 적당한 핏을 자랑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멋 부리지 않는 완벽한 모범생 룩을 사랑하는 치아키 선배 룩의 한 가지 포인트는 바로 헤어스타일. 은근히 신경 많이 써서 다듬은 듯한 까만 머리는 일부러 슬쩍슬쩍 옆으로 삐치게 스타일링되어 심플한 그의 스타일을 세련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우리의 치아키 왕자님이 깍두기 같은 스포츠 머리를 하고 있었다거나 정갈하고 촌스러운 보브헤어에 금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면 아마 그가 지휘하는 음악에서 오는 감동도 절반으로 줄어들고 말았을 거다.
고백하건대, 에디터가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며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 무심하고 동글동글한 비주얼이었다. 심지어 락의 소울이 살아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미네마저 촌스럽기 짝이 없는 티셔츠 쪼가리를 걸치고 있었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 일본의 완소남 에이타가 맡은 이 드라마의 미네 캐릭터, 이거 심상치 않다? 근사하게 펌을 한 헤어스타일과 슬림한 스키니 팬츠, 형형색색의 컬러매치로 완성된 미네의 록커 스타일은 (에디터의 사심을 2% 더해) 정말 원작 이상의 성과고, 에이타 비주얼의 승리가 아닐 수 없음이다.
특히 미네의 룩에서 항상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액서세리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는 점. 펑키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때 사용하는 다수의 똑딱이 핀부터 시작해서, 반짝이와 레오파드를 비롯 다양한 패턴으로 등장하는 바이커 장갑, 베스트에 꽂아서 장식하는 장난스런 뱃지와 썬글라스, 체인처럼 연출하는 서스펜더 등등 알고 보면 이 드라마의 진정한 패셔니스타는 바로 미네 당신~!!

치아키 선배를 짝사랑하는 팀파니 주자 마사미와 세계적인 명지휘자로 등장하는 슈트레제만의 캐릭터는 금방이라도 만화를 찢고 뛰쳐나온 듯 코믹함 그 자체다. 특히 가발인 게 너무 티나는 어색한 금발과, 외국인의 일본어 발음을 어설프게 흉내낸 대사로 큰 웃음을 선사했던 슈트레제만의 기름진 유럽 신사 스타일은 극에 활기를 더하며 원작의 유쾌한 만화적 매력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

또한 집채만한 아프로 헤어와 화려한 셔츠에 나팔바지를 매치한 레트로 룩은 게이 성향을 지닌 마사미의 호들갑스럽고 여성스러운 성격을 드러내는 데 안성맞춤이었던 스타일.

방영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종영 후에도 여전히 그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작품인만큼, 시즌 2를 원하는 사람들이 한일 양국 모두에 한가득이다. 또한 원작에서 해외로 무대를 옮긴 노다메와 치아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는만큼 두사람이 유학을 결정한 시점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 드라마의 결말이 아쉬울 수 밖에 없기 때문.

이 간절한 바램이 통한 것일까. 지난 28일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 참석한 노다메 칸타빌레의 감독 다케우치 히데키는 올해 안에 노다메 칸타빌레의 스페셜판 촬영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기대해 달라는 멘트를 남겨 기쁘게 노다메 폐인들을 열광의 도가니탕으로 만들었다.

파리 올 로케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노다메 칸타빌레 스페셜은 일본에서 내년 초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자 다시 한 번 즐거운 음악 시간을 기다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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