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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식을 때 드러나는 커피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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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팩토리 테라로사 
생각해보면 커피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음료도 없다. 남녀가 처음 만나는 어색한 자리, 회의를 하거나 혼자서 책을 읽을 때, 휴식을 취할 때도 커피는 필수다. 여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양치질도 안 한 상태에서 커피부터 찾는 이가 있다. 강릉에서 커피 볶는 일을 하는 김용덕 대표가 그렇다. 커피 팩토리 테라로사. '비옥한 흙tera’에서 피어나는 ‘장미rosa’라는 의미를 지닌 2층짜리 목조 건물이 김용덕 대표의 보금자리다. 테라로사는 전 세계에서 들여온 40여 종류의 원두를 볶는 공장인 동시에 카페, 이탤리언 레스토랑, 베이커리이면서 또 시시때때로 음악회나 시낭송회 등이 열리는 문화 공간이다. “외국에는 지역마다 문화 활동을 펼치는 명소가 많아요. 강릉에도 그런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커피와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면서 문화적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이요.” 김용덕 대표가 테라로사를 만들게 된 계기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자유로운 영혼' 
그가 테라로사를 연 지 5년이 지났다. 지금은 마음이 내키면 배낭 하나 메고 어디로든 여행을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9년 전 그는 이마에 ‘성실’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은행원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사표를 내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말렸다. 마흔살 때였다. 매일 반복적으로 ‘열심히만’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지겨워졌단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2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자 하여 건축학과에 학사 편입하여 공부와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부업으로 예쁜 레스토랑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탈리아 음식이나 좋은 커피를 선보일 생각은 없었어요. 그쪽은 무지했다고 하는 편이 낫겠죠. 경양식 집에서 나오는 비프스테이크나 돈가스 등의 음식을 했는데 장사는 잘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청담동에 있는 유명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요리 잘하는 맛집이란 맛집은 대부분 다 돌아다녔다. 그것도 모자라 외국으로 미식 여행을 가기도 했다.

하루 여섯 잔은 기본
김용덕 대표는 이부자리에서 눈을 뜨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다. 양치질도 하기 전이다. 밤사이 잠자고 있던 혀에 커피가 닿는 순간, 원두가 품고 있는 순수한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그는 하루에 커피 여섯 잔을 기본으로 마신다. 테라로사에서 커피를 볶는 날이면 맛을 가늠하기 위해 열다섯 잔 이상 마실 때도 있다. 시간대별로 생체리듬도 달라지기 때문에 마시는 원두 종류도 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잔, 점심과 저녁 식사 후 한 잔, 그리고 끼니마다 한 잔씩, 마지막으로 자기 전에 한 잔 마시면 총 여섯 잔이 된다. 원두마다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대별로 원두를 맞춤식으로 다르게 하면 더 풍부한 커피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로 제 혀와 몸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음식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니까요. 제가 아침에 주로 고집하는 원두는 수마트라입니다. 수마트라 커피는 향기나 맛이 강렬해서 일반인들에게는 오후에 잠을 깨우는 원두 로 알려져 있지요. 흙냄새가 특히 좋은 커피로, 굵게 갈아서 드립 방식으로 마십니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는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 모카하라를 블렌딩한 레귤러 커피를 마신다. 코스타리카는 다루는 이에 따라 맛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원두. 굵게 갈아서 빠른 속도로 내려 마시면 강한 보디감(입에서 느껴지는 농도)을 느낄 수 있다. 모카 계열의 커피는 조금만 넣어도 전체적인 커피 맛에 영향을 주는 ‘양념’ 커피다. “블렌딩을 할 때 어떤 커피는 50% 이상을 섞어도 맛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모카와 로부스타 같은 원두는 5%만 넣어도 커피 맛을 바꾸어놓습니다.” 점심에는 과테말라, 만델링, 모카하라, 브라질을 블렌딩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테라로사의 베스트셀러인 에스프레소는 떫은맛과 쓴맛이 덜한 부드러움과 뒤따라오는 고급적인 향기로움이 특징이다. 과테말라는 달콤한 초콜릿 향과 스모키 향이 나며, 부드러운 커피의 대명사인 모카하라는 와인처럼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원두는 불에 오래 볶을수록(강배전이라고 한다) 색깔, 향, 맛이 강해진다.

김용덕 대표가 처음 커피에 빠져들었을 때는 강한 향기와 맛을 추구했다. 일본에 숯처럼 검게 태운 커피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커피가 그렇게 맛있더란다. 강렬한 커피는 혀를 사로잡는 매력은 있는데 금세 질려버린다. 그가 요새 추구하는 커피는 ‘평범하면서도 맛의 깊이가 느껴지는 커피’인데 그것이야말로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는 일부러 커피를 식혀서 마시기도 한다. “좋은 원두일수록 식혀서 마실 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식은 커피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 같아요. 본색이 드러나지요. 맛있는 커피는 차게 먹어도 향기가 느껴집니다.”





대물림하는 커피 사랑

얼마 전 김용덕 대표의 딸 민선 씨는 일주일 정도 미국에서 열렸던 커피 전시회SCAA를 다녀왔다. 아들 민현 씨도 마찬가지. 둘 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음악도이지만 커피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틈만 나면 서빙을 하고 커피를 내려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정성껏 내린 커피 한 잔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미소를 보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사람들의 흐뭇한 얼굴을 보면서 왜 아버지가 강릉에 문화 명소를 꾸미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좋아서 매달린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테라로사에서 선보이는 원두는 40여 가지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원두를 보유한 곳 중 하나이다. 그러나 커피에 ‘올인’하는 아버지와 아들, 딸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1백 종 이상의 원두를 전시해놓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커피 전문점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출처 <행복이 가득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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