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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shoes, 슈즈]

오랜만에 꺼내 신은 이 부츠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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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꺼내 신은 이 부츠는 괜찮을까?


“오늘은 올해 들어 최저 기온이니 든든하게 차려입고 외출하세요!” 뉴스 기상캐스터의 멘트를 듣고 맨 먼저 떠오른 건 작년 겨울 신나게 입은 네이비피코트와 니트워머가 아닌 최정인의 롱부츠! 신발장을 뒤지니스키니팬츠를 만두 속처럼 밀어 넣어 신던 라이딩 부츠, 12cm 정도 되는 굽이 하늘에 붕 뜬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한 에나멜 롱부츠도 덩달아 튀어나왔다. 보기엔 멀쩡했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은 뭘까?

부츠 건강을 점검해보기 위해 명품 전문 세탁소 크린웰에 도움을 청했다.“가죽 부츠를 자주 세탁하는 건 물론 좋지 않죠. 가죽은 원래 형태나 재질변형이 심하니까요. 그래서 평소 관리를 잘 해주는 게 중요해요. 오염되었을 땐 곧장 전용 크림으로 닦아줘야 오래 신을 수 있죠.”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캐시미어 스웨터는 뭐라도 묻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관리하면서도 가죽 롱 부츠는 뭐가 묻든 말든 그냥 방치했었다. 가죽으로 유명한 에르메스 하우스에서도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주의를 받았다.“가죽은 수분에 아주 약하기 때문에 비나 눈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젖었을 땐 반드시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려줘야 해요.”가죽 색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햇빛에 이불 말리듯 말려선 절대 안 되고, 머리 쓴다고 드라이어로 열을 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덧붙였다. 덜렁거리는 성격이라면 고무와 가죽이 어울린 지방시의 투톤 부츠가 유용하지 않을까? 아킬레스건까지 고무로 되어 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별 걱정 없어 보였으니까. 아니면 케이트 모스가 진흙탕 록 페스티벌 갈 때 신던 헌터의 고무 장화도 괜찮고.

한편 소가죽, 양가죽, 송치, 악어가죽까지 아주 다양한 소재로 부츠를 만드는 프라다에선 온도와 습도 모두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가죽이란 동물의 피부 조직이죠. 그래서 온도와 습도 차이가 커지게 되면 심할 경우엔 찢어질 수도 있답니다. 너무 추운 곳도 위험해요.”그런 의미에서 올겨울 선보인프라다의 3단 부츠는 꽤 편리하다. 힐로 신다가, 앵클 부츠로, 다시 롱부츠로도 신을 수 있는 이 트랜스포머 부츠는 코팅 처리가 잘 되어 있어 습기가 잘 스며들지 않는데다 힐 역시 코팅 아크릴로 처리해 내구성을 강화했다.

그렇다면 동굴처럼 깊고 깊은 롱 부츠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세균이 살기 좋은 부츠 속 환경은 항상 관리가 필요한 법. 스타킹 안에 숯이나 감잎, 녹차잎을 넣어 부츠에 두면 냄새가 덜하며, 심하게 오염된 경우엔 초음파 기계로 세탁할 수 있다고 크린웰의 세탁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옆에 지퍼가 달린 부츠는 안까지 세탁이 가능하지만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싸이하이 부츠나 딱딱한 소가죽의 라이딩 부츠는 세탁이 아주 힘들죠. 그럴수록 평소 관리가 중요해요.” 설명을 듣자마자 안쪽에 양털이 덧대진 구찌 부츠가 떠올랐다. 너무 따뜻하지만 그 안에 뭐라도 묻으면 곧장 사후 처리에 들어가야 할 그런 조심스러운 부츠였다. 올리브그린과 브라운이 은은하게 그러데이션된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롱부츠도 마찬가지. 신고 거울에 비춰보고 있자니 크린웰의 설명이 다시 한번 머리에 떠올랐다. 앞 코 부분에만 살짝 보이는 밤색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드러나게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지만.

그리고 또 하나. 롱부츠를 신을 때는 그 안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발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 다. 맨발에 꼭 끼는 부츠를 장시간 신는 건 금물! 무좀균에 노출되기도 쉽고 무엇보다 발이 피곤하면 전신이 피곤하니까. 또한 세란병원 정형외과 궁윤배 과장은 하이힐 펌프스만큼이나 하이힐 부츠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여성들은 부츠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높은 스틸레토나 앞코가 좁은 부츠를 선택하더군요. 하지만 부츠 역시 발 건강에 안 좋은 건 마찬가지랍니다.”그렇다면 볼이 좁은 하이힐 부츠를 신고 오랫동안 걸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부츠 안에서 쉽게 발목이 꺾일 수 있고, 오래 걸을 경우 염좌로 이어질 수 있죠. 습관적으로 발목이 잘 삐는 경우 소염제 치료와 냉찜질을 동반해야 합니다.”그는 발 관절이 항상 꺾인 상태로 있으면 아킬레스건이 짧아져 발의 추진력을 감소시키며, 발 대신 넓적다리를 이용해 걷게 되어 다리 전체가 쉽게 피로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세르지오 로시의 하이힐 부츠가 신고 싶더라도 하루에 6시간을 넘지 않고 일주일에 3~4회 정도만 신어야 할 듯.

아, 나는 그제서야 죄책감을 느끼며 부드러운 캐시미어 스웨터에 밀려 신발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롱 부츠를 꺼내 구두 브러시로 먼지를 털고, 금가루 성분의 크림을 얼굴에 바르듯 가죽 전용 크림으 로 살살 닦은 후 신발 안엔 예쁜 감잎을 한 움큼 넣어 주었다. 이제 새로 부츠를 사게 되면 식물을 가 꾸듯 처음부터 모차르트 음악이라도 들려줘야지!



- 에디터 / 김은지
- 포토 / AN JI SUP
- 출처 /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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