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꾸준하게 음식물을 섭취해야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나 음식물로 인해 질병을 얻게 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그 중 특히 콜레스테롤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그릇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얻는 병의 주요 원인은 대부분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9월 4일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에 대해 바로 알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생활습관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콜레스테롤의 날'이다. 실제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사 요법을 실천하면 125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생활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콜레스테롤은 왜 무서운가?
사실, 콜레스테롤은 억울하다. 언제부터인가 콜레스테롤 하면 성인병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나쁜 성분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기본 단위인 세포막의 구성 성분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억제해 주며 소화작용을 돕는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만병의 원인이 된다.
콜레스테롤이 몸 안에 들어와 소비되는 경로를 살펴보자.
음식물을 통해 혈관으로 들어온 콜레스테롤은 지질 단백질과 결합한다. 이 때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Low-Density Lipoprotein, 저밀도 지단백질)이 생성되어 몸 속을 순환하는 과정에서 산화된 지방덩어리(Fatty Streak)가 만들어진다. 또 그 주변에 거품 세포(Foam Cells)가 형성되는데, 이 물질이 혈관을 부풀리고 딱딱하게 만든다. 결국 혈관이 좁아져 피가 잘 돌지 않게 되는 것이다.
쉬운 비유로, 명절 때 자동차로 인해 고속도로가 정체되면 우회도로인 국도, 지방도로가 동시에 막혀 교통대란이 오는 것과 같다. 우리 몸도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동맥이 좁아지고 굳어지면서 피가 잘 돌지 않아 돌연사, 심장병, 동맥경화, 당뇨병 등 대사이상 증후군의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신체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콜레스테롤은 대게 유전적 요인을 제외하고는 식생활이 원인이 되어 우리 몸에 쌓인다. 기름진 음식이나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을 즐겨 먹거나, 과음·과식·흡연 등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이 공포의 물질로 바뀌어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관심조차 가져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무관심하다가 한번씩 주변인들의 입원이나 돌연사 소식을 접하고 잔뜩 겁을 먹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다.
질병에 지나치게 민감한 건강염려증도 문제지만 자신의 건강을 맹신하는 건강불감증이 더 무섭다. 최소한 자기 혈액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아직 젊고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면, 느닷없이 죽음을 맞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생활습관
콜레스테롤은 일상에서 조금만 주의하면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 과음, 과식, 기름진 음식을 조심하는 식생활 습관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병행한다면 콜레스테롤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과도하게 섭취하지 말고 적당량으로 제한하면 된다. 그렇다면 그 적당량은 어느 정도일까?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양이 하루에 약 300mg 이상이면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콜레스테롤의 섭취량이 300mg 이하이면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물로부터 하루에 300~500mg 정도를 섭취하고, 과한 경우 600~800mg 정도에 이르니 이 콜레스테롤이 쌓여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루에 300mg 이하로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여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계란의 경우 1개의 노른자(20g)에 260mg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는데, 하루에 계란 1개만 먹어도 하루 섭취 허용량이 충족된다. 그런데 거기에다 삼겹살, 멸치볶음, 젓갈 등을 동시에 먹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 빛깔 자연식품으로 콜레스테롤을 줄이자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으로 알려진 계란, 삼겹살, 육류의 기름부위, 버터, 젓갈류, 새우, 멸치, 생선알(연어, 명태)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야채류, 과일류, 해조류, 버섯류, 콩류 등을 즐겨 먹으면 좋다.
특히 권하고 싶은 음식물은 흰색, 검정색, 빨간색, 녹색, 노란색의 다섯 가지 빛깔을 가진 자연식품이다. 이 같은 색을 띤 식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산화·항노화 및 항암작용을 하는 ‘건강 지킴이들'이다.
흰색 식품으로는 마늘, 버섯, 양파, 콩나물, 인삼, 도라지, 무, 두부, 우유 등이 있다. 마늘, 양파, 무에 함유되어 있는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예방한다. 인삼, 도라지, 콩나물에 들어있는 사포닌과 베타글루칸은 항암 및 노화억제 작용을 한다. 두부와 우유는 항암 효과가 있고 골다공증에 좋으며 나쁜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정색 식품으로는 검은 콩, 검은 쌀, 검은 깨, 김, 미역, 다시마, 흑마늘, 흑양파 등이 있다. 이 식품들은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나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High-Density Lipoprotein, 고밀도 지단백질)을 증가시켜 혈관의 찌꺼기를 청소한다.
빨간색 식품인 토마토, 사과, 딸기, 수박, 홍시, 고추, 붉은 양배추 등은 안토시아닌, 리코팬, 캡사이신 등이 들어 있어 혈액을 맑게 하고 조혈기능이 있으며, LDL의 산화를 억제한다.
녹색 식품으로는 양배추, 시금치, 샐러리, 오이, 키위, 케일, 컴프리, 완두콩, 아스파라가스 등에는 풍부한 비타민과 미량의 무기질 등이 들어 있어 우리 몸의 조절소로 기능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노란색 식품인 호박, 오렌지, 당근, 파파야, 망고, 감귤, 감, 살구, 파인애플 등에는 베타카로틴, 플라본, 비타민 등이 듬뿍 들어 있어 조절소 기능은 물론, 피부에 탄력을 주어 여성들의 미용에도 좋다. 또, LDL의 수치를 낮추고 HDL의 수치는 높인다.
성공적인 식사요법 실천을 위한 세 가지 수칙
기존의 좋지 않은 식습관에 젖어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콜레스테롤 섭취량 조절에 실패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세 가지 수칙을 소개한다.
첫째,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는다.
식사시간과 횟수가 일정치 않으면 저녁식사 때 자연스럽게 과식하기 쉽다. 그 결과 지방이 쌓이고,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혈당을 높이거나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음식물을 충분히 씹어 먹는다.
우리 뇌의 만복중추가 포만감을 느끼기까지는 약 20분이 걸린다. 그런데 음식을 잘 씹지 않고 넘기면 배부름이 늦게 전달되어 그만큼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음식물을 20~30회씩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한다. 오랫동안 씹을수록 공복감을 줄일 수 있는 야채 요리를 먹는 것이 좋다. 야채를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섭취 열량도 낮아지므로 일석삼조라 할 수 있다.
셋째, 평상시 먹는 양의 7할만 먹는다.
오래 살려면 적게 먹으라고 했다. 밥그릇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배부름이 느껴지기 전에 그만 먹는 습관을 들인다. 조금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하게 사는 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자연에서 깨끗하게 자라난 식품들을 욕심내지 않고 섭취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된다. 그렇지만 바쁘고 복잡한 현대사회가 우리들을 조급하게 하고 욕심부리게 만들며 결국에는 병들게 한다. 몸의 바른 리듬을 깨우면 의료 기술 없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건강 백세의 시작은 작은 것에서, 바로 지금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부터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 류병호 / 경성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125세까지 살 수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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