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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체험 24시 심층 인터뷰] 조향사 정미순님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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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꿈과의 만남 조향사
 

1. 어떤 계기로 조향사를 꿈꾸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계기는 제가 읽은 한 권의 책입니다. 에스티로더 여사의 전기를 읽고서 그 분이 조향사에서 시작해서 향수를 만들고 화장품을 만들고 대기업을 세우는 과정을 읽으면서 하나의 꿈을 키우게 되었죠. (그게 언제였나요?) 고 2때니까 20년 전인가요?

2.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밟으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래도 화학과가 가장 가까운 것 같았고, 그 당시에 딱히 정보가 없어서 막연한 느낌으로 화학과를 갔어요. 졸업 후 화장품 회사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연결이 안 되어서 일반 회사를 3년 정도 다니다가 일본 조향 학원으로 유학을 3년 다녀왔어요. 돌아온 후, 국내에서 바로 조향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아로마 테라피 쪽으로 먼저 시작했고, 지금의 스튜디오를 시작한지는 5년 정도가 됐어요.

3. 프랑스 갈리마드사와 연계해서 스튜디오를 세우신 절차가 궁금합니다.


제가 프랑스의 화장품 박람회를 갔다가 ‘그라스’(프랑스의 유명한 향수 마을로 향수를 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한번쯤 가고 싶어하는 곳이랍니다.)에 가게 됐어요. 그 곳에 갔다가 갈리마드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그 스튜디오를 방문했다가 이런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갈리마드사에 얘기해서 흔쾌히 승낙을 받았고 그렇게 해서 국내에 스튜디오를 처음 오픈하게 되었죠.

4. 개인을 위한 맞춤 향수 제작 외에도 다른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비즈니스와 교육이에요. 교육은 퍼퓸 스쿨로 조향사를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비즈니스로 향과 관련된 모든 일에 참여한다고 할 수 있어요. 향수 제작, 컨설턴트, 기획, 맞춤 향수 제작, 향을 이용한 소품 개발, 향료 등 작게는 재료에서부터 하나의 제품까지 향과 관련된 부분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요.
 
개인을 위한 맞춤 향수 말고도 기업과 브랜드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 향수도 있어요. 패션 브랜드나 캐릭터 향수, 공연을 위한 향수 등 종류별도 다양해요. 최근에는 태왕사신기 배용준 캐릭터의 향수도 있잖아요.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요.

5. 향을 의뢰 받으시면 어떤 과정을 통해 작업이 이루어지나요?


브랜드에서 의뢰 받은 경우에는 마케팅적인 부분과 연계되어 브랜드에 대한 시장조사를 모두 해요. 브랜드의 특성이나 소비자의 취향, 여러 가지 조사와 회사 분석을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 향을 매치 시켜요. 예를 들어 코즈니라면 생활용품 브랜드잖아요. 그러한 코즈니에 맞게 몇 가지의 향을 제안하고 고객 테스트를 통해서 결정이 돼요. (향을 만드는 과정은 업무 프로세스를 참고하세요.)

6. 조향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나 필요한 공부가 있다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후각능력이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후각능력이 특별하지 않더라도 향에 대한 관심과 그 관심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열정, 향을 좋아하는 마음과 끈기, 노력, 인내심들이 필요해요.

7. 조향사라면 코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요?


조향사에게는 정말 코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서 감기를 매우 조심해요. 감기 같은 경우는 걸리면 향을 못 맡게 되니까 조심해서 관리하죠. 또 모든 감각이 그러하듯 후각 능력도 신체 상태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육체 정신적인 피로를 피하려고 노력해요. 피로를 느끼면 그 상태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씁니다.

8.  조향사로서 가장 힘든 순간이 있다면 어떤 때일까요?


개발하고 있는 향이 원하는 대로 안 나올 때나 제반 조건이 안 따라 줄 때 속상해요. 고객과 저의 시각이나 입장차이도 좁히기 쉽지 않죠. 아무래도 만들고 있는 향기 자체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을 때 힘이 빠지죠. 이런 이런 향이 나와야 하는데 스스로 만족이 안 되는 경우가 제일 고민이 되요.

저는 그럴 때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요.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아요. ‘향’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느낌이 와서 잘 나올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어서 한 가지 의뢰에 20번, 30번씩 다시 만들 때도 있어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정말 시간과 여유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다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9. 지금까지 받아온 의뢰 중에 기억에 남거나 어려웠던 것이 있다면?


초창기였는데 죽은 연인의 향기를 만들어달라고 한 의뢰가 있었어요. 그 분이 원하는 향을 제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그 분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올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따로 심리학 공부를 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향을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도 많이 했고 지금은 맞춤 향수를 위한 저만의 tool을 만들어냈어요. 
 힘든 순간들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향이 잘 나오고 만들어낸 향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을 때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껴요.

10.  직업병이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떤 것인가요?


모든 향에 민감해서 가끔은 향을 많이 맡아서 향기 때문에 피곤할 때가 있어요. 향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모든 향에 열려 있거든요. (웃음) 안 좋은 향에도 관심을 갖고 많이 맡아봐요. 향수를 만드는 재료는 좋은 향기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향기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사람들의 심리유형이나 취향에 따라서 좋아하는 향은 달라요. 이 직업은 누군가를 위해서 향을 만들기 때문에 제 취향을 고집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향을 맡고 파악하는 것, 향에 대한 객관화를 하려고 노력해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사람들의 유형에 따른 취향을 공부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좀 수월해요.

11.  향수를 만들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향수는 하나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향기가 결합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향이 섞인 조화가 중요해요. 만인이 보고 감탄하는 명작처럼 향을 맡았을 때 사람들이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심미성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카피가 아닌 향의 독창성과 조화로운 느낌이 중요하죠. 무엇보다 향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어야 해요. 맡고 싶지 않거나 머리 아픈 향을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12.  조향사의 진로가 궁금합니다.


화장품 회사가 가장 크겠죠? 향수 회사, 향료 회사도 있고 각 분야에서도 연구와 마케팅 분야로 나눠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향’이라는 한 가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서 전반적으로 향과 관련된 분야가 넓어지고 있어요. 공간 인테리어에도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공간과 상황에 어울리는 향을 코디하는 직업이 생겨나고 있죠. 조향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의 향 문화가 성장하고 대중화되면서 조향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거라고 예상됩니다.

13.  조향사를 꿈꾸는 영 삼성 회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조향사는 화려한 직업이 아니에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해요.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10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이제 조향 공부를 하게 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왜 그 긴 시간이 필요한지 깨달았어요. 그 이유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어요. 단순한 조향 기술을 뛰어넘는 향에 대한 어떤 느낌. 너무 추상적인가요? (웃음) 향기를 즐기면서 인내를 갖고 준비하세요.



2008년의 향수의 트렌드는 (2007년처럼) 발랄하거나 가벼운 달콤함이 아니라 성숙하고 깊이 있는 향기가 유행할 거예요. 약간 신비롭고 미스테리한 복합적인 그런 느낌!”

영삼성 회원들을 위해서 내년에 유행할 향기까지 살짝 귀띔해 주신 정미순 원장님. 언젠가는 자신이 만든, 혹은 가르친 학생이 만든 향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사랑 받는 것이 꿈이라는 말씀에서 향기에 관한 순수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도움 주신 분은 조향사 정미순님(갈리마드 퍼퓸 원장)입니다.
                                                              글/사진 : 김명지, 김열랑, 노정현(영삼성 열정운영진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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