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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패션

럭셔리 스타일 배틀! 마리 앙투아네트 VS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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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와 곧 개봉할 우리영화 황진이는 여러 모로 동질감이 느껴진다. 비슷한 시기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으며 스타성 넘치는 여배우들이 원 톱으로 주연을 맡은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 두 영화 모두 화려한 패션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그런데 이 두 영화 황진이와 마리 앙투아네트, 극 중 그녀들의 패션도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조선 중기와 17세기 프랑스라는 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허영의 시대를 이끈 트렌드세터'라는 교집합을 가진 그 시절 그녀들의 패션 공통분모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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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16,7세기는 여자들의 사치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조선 시대 그 사치의 징표는 바로 가체! 자신의 실제 머리와 가발을 섞어 땋은 것을 머리 위에 감아 만드는 큰 머리 형태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몽골에서 넘어 온 트렌드인 가체는 기생, 양반 부녀자, 평민 할 것 없이 조선 팔도를 휩쓴 유행이었는데, 성종 때는 그 높이가 1척 그러니까 30센티미터에 이르렀으며 가체 하나의 값이 집 한 채 값을 호가했다. 그 무게 또한 어마어마해 심한 것은 20kg에 육박했을 정도. 당시 가체의 무게로 목이 부러져 죽는 가여운 소녀들이 속출했으며, 실제 영화에서 황진이 역을 맡은 송혜교도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가체의 무게 때문에 목 디스크를 염려할 정도였다고 고생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치와 허영으로 넘쳐 났던 로코코 시대의 프랑스 궁정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는데-. 영화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녀의 백금발 헤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쿠션과 철사, 포마드, 밀가루 풀을 사용해 케익처럼 쌓아올린 자신의 머리를 만든 미용사에게 마리 앙투아네트가 찬사
를 보내는 씬은 당시 미용사들이 예술가로써 상당한 대우를 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또 프랑스 궁정의 귀부인들은 이렇게 아트가 흐르는 자신들의 헤어스타일에 시사성 있는 주제나 환상적인 이 을 붙이는 것이 취미였는데, 심지어 1770년에 있었던 해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머리모양도 있었다.
조선 중기의 아녀자들과 로코코 시기의 귀부인들은 희한하게도 공통된 한 가지 실루엣을 추구했는데, 그것은 바로 상의를 졸라매고 하의를 풍성하게 하는 상박하후 실루엣이다.
조선 초기에 허리를 덮을 정도로 길고 넉넉했던 한복의 저고리는 중기를 지나면서 점점 작아지고 타이트해져 후에는 가슴이 보일 정도에 이르렀는데, <성호사설>에서는 '부녀의 짧은 저고리와 소매가 어떻게 해서 생긴 것 인지는 알지 못하겠으나 귀천이 통용하니 매우 한심한 노릇이다'라고 한탄했을 정도였다.

프랑스에서는 상의를 졸라매기 위해 코르셋을 애용했으며 이로 인한 갈비뼈의 변형과 호흡곤란에서 오는 사망위험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파니에라는 양 옆으로 퍼지는 후프를 이용해 상의와 대비되는 풍성한 하의 실루엣을 연출했는데, 이 파니에로 인해 드레스가 너무 넓어져 문을 제대로 통과할 수 없는 코믹한 상황도 벌어졌다.

영화 황진이를 위해 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참고했다는 신윤복의 미인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입고 꿰맨 듯이 타이트한 저고리와 함께 종모양의 풍성한 치마. 이 실루엣을 위해 황진이를 비롯한 조선의 여인들이 이용한 것은 바로 여려 겹의 속옷이다. 속곳, 바지, 속속곳, 다리속곳, 너른바지 등등 이름도 다양한 속옷들을 최소 5겹 이상 껴입어 하체를 부풀리는 것이 여성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방법이었다.

황진이에서 그녀의 신비함을 강조시켜 주는 아이템 중 하나는 바로 블랙컬러의 레이스로 만들어진 너울이다. 너울은 조선 시대 여인들이 외출 시에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던 쓰개의 일종으로 특히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애용했다.

다 벗은 누드보다 약간의 노출이 더 섹시하다는 건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통용되는 만고의 진리! 투명하고 얇은 소재를 이용해 외간 남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던 너울에서 가림의 미학을 만끽해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황진이의 검은색 너울을 보고 난 뒤 언뜻 뇌리를 스쳐가는 그림 한 점이 있다. 바로 후기 로코코 시기의 화가 고야의 1795 년작 '알바공작부인'.

15세기부터 번창하기 시작한 레이스 산업은 프랑스의 루이 왕조에 이르러 바야흐로 절정에 이르렀는데 그 중에서도 블랙 컬러의 레이스는 정숙함과 성적 매력의 양면성을 가진 컬러로 생각되었다.

특히 이 그림에서 알바 공작 부인은 검은색의 면사포를 쓰고 자신의 연인인 고야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콕 찝어 가르키는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어 황진이가 너울을 이용해 영화에서 보여 준 섹시한 매력과 일치점이 느껴진다.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는 동시대의 트렌드 세터 황진이와 마리 앙투아네트.
더군다나 이번 두 영화에 서 모두 새로이 해석된 그녀들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클래식한 패션에 모던한 색채를 덧입히는 방법을 택해 더욱 흥미롭다. 6월, 희대의 패션 아이콘이었던 그녀들의 영화를 보면서 조선 중기와 로코코 시대를 연결하는 황진이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스타일 교신 내용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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