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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패션

러브 & 트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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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종 중 하나가 패션 에디터라고 한다. 언제부터라고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칙릿(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과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의 합성어로 2.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가볍게 다룬 것이 특징.) 컬처가 이 현상에 한 몫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러브 앤 트러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잭스의 직업 역시 아니나다를까 패션 에디터. 그것도 런던 보그지의 잘나가는(영화사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패션 에디터다. 여기에 재치와 센스가 매 씬마다 작렬하는 게이 친구는 기본 옵션. '섹스&시티'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버무린 것 같은 이 설정을 납득하고 나면 잭스 역의 브리트니 머피가 뭘 걸치고 나올지 슬~ 슬~ 기대가 되기 시작할 터.

단박에 결론부터 꺼내자면, 이 영화의 잭스 스타일은 이번 시즌을 완벽하게 접수한 60년대 룩, 그것도 영원한 패션 아이콘인 오드리 헵번 따라잡기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뭐 이미 영화 속에서 잭스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설정되어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일단 이야기가 나왔으니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하는 오드리 헵번의 패션부터 이야기해 볼까나. 이미 패션 역사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어버린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리틀 블랙 드레스! 이번 시즌의 모스키노 쇼에서 다시 한번 리바이벌된 이 드레스를 당연히 잭스도 영화에서 여러 차례 입고 나온다. 훈남 포토그래퍼 파울로와의 로맨틱한 탱고씬에서도 그녀는 어김없이 리틀 블랙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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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드리 햅번이 블랙 드레스만 입었던 것은 아니다. 바야흐로 60년대는 앙드레 쿠레주와 파코 라반이 주도하는 퓨처리즘의 시대였으니. 금속 장식이 빼곡히 달린 미니 원피스도 그녀의 얄상한 기럭지로 시크하게 소 화해냈다. 그리고 이 퓨처리즘과 눈 맞은 미니 원피스들은 이번 시즌 가히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하며 거의 모든 런웨이를 휩쓸었다는 사실. 극 중에서 잭스 또한 금속이 비딩되어 있거나 반짝이는 골드 컬러의 미니 드레스로 패션 에디터다운 트렌디함을 맘껏 뽐낸다.
또 하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하는 오드리 헵번의 패션 아이템을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핑크. 주로 내추 럴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선호했던 그녀가 유일하게 힘 주는 아이템이 바로 화사한 컬러의 아우터였다. 특히 핑크는 영화에서 그녀가 맡았던 홀리 역의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면을 드러내는 데 가장 적합했던 선택.

러브 앤 트러블에서의 잭스 캐릭터 역시 러블리한 것으로는 홀리에게 뒤지지 않는다. 파울로를 게이로 오해하고 그녀가 벌이는 행각들은 일견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론 귀엽기 짝이 없고, 가끔 갈라지는 허스키한 목소리마저도 심하게 매력적이다. 따라서 그녀의 선택 역시 핑크 컬러일 수 밖에 없다는 거~. 잭스의 엉뚱함이 극에 달해 파울로에게 위장 결혼을 제안하는 장면에서도 그녀는 어김없이 핑크 트렌치 코트를 입고 사랑스럽게 미소지었다.

하룻밤 만에 결혼을 결심한 잭스가 신부용 웨딩드레스를 사기 위해 급하게 달려간 곳은 생뚱맞게도 리바이스 매장이다. 여기서 그녀는 화이트컬러의 부츠컷 팬츠와 심플한 반팔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뛰쳐나오는데, 어? 이 차림새도 어딘지 낯설지 않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또 오드리 헵번이다. 헵번의 1967년작 영화인 '언제나 둘이서' 에서 그녀는 올 화이트의 심플한 팬츠 스타일을 선보였고, 시대를 초월하는 이 시크한 룩은 사랑스런 브리트니 머피에 의해 발랄한 웨딩 룩으로 재등장한 것.
시대를 막론하고 스타일 좀 안다는 패션 아이콘들은 남성복을 애용해왔다. 물론 이 룰은 오드리 헵번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녀가 특히 좋아했던 남성복 아이템은 바로 화이트 셔츠. 남성용 화이트 셔츠 하나만 달랑 걸치고 찍은 사진으로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파울로를 잡기 위해 죽어라고 공항으로 뛰어가야 하는 잭스가 셔츠 한 장만 입을 수는 없는 일. 오드리 햅번이 발레리나 출심임을 증명해 주는 아이템인 레깅스를 매치한 내추럴한 차림새로 마음껏 사랑의 질주를 펼쳐 보인다.
시종일관 유쾌 상쾌 통쾌한 유머를 선보이며 결국 모든 해프닝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짓는 이 영화는 사실 비 현실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 미남인데다 재능까지 넘치는 훈남 포토그래퍼와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더 이상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우리의 시니컬 지수를 한껏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러브 앤 트러블에 등장하는 잭스의 상큼한 오드리 햅번 룩만큼은 얼마든지 우리에게도 실현 가능한 패 션이다. (물론 약간의 자금은 필수.) 왜냐하면 퓨처리즘, 미니 드레스 등의 핫 트렌드들은 이미 우리 코 앞에 다가와 있으니까. 백화점부터 동대문까지 온통 60년대 스타일로 가득 차 있으니, 당장 달려나가 일단 미니 드레스부터 하나 장만하고 볼 일이다.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하고 잭스처럼 사랑스러운 60년대 룩으로 치장하고 나서면, 혹시 또 모를 일이다. 파울로 같은 훈남이 우리를 향해 달려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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