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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사람잡는 귀신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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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귀신패션
올 여름 극장 가에는 귀신들의 등장보다는 사람 무섭다는 내용의 심리 스릴러 공포 물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공포 영화들이 예년보다 한을 풀어주는 ‘해원(解寃 : 원통한 마음을 풂)’이라는 모티브에 중점을 두려 하지 않으니, 한에 절어있는 귀신들도 저절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

어쩌면 당신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징그럽기만 한 귀신들의 시대가 이제 저 멀리 연기 속에서 손을 흔들지도.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그래도 처녀귀신이 최고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귀신, 그대들이 패션계에서라도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이쁘게 차려입고 우리들을 놀라게 해 줄 때다. 말 그대로 트렌드가 귀신 잡는 시대가 온 것.

여성 귀신들이 출현하는 영화의 백미는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그 유명한 하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순간!
영화 ‘링’의 주인공인 사다코와 같은 동양 귀신 스타일을 진부하다고 할 것인지? 알고 보면 이 드레스는 2007 가을 겨울 패션 쇼들을 장악하고,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시프트 드레스 라인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귀신들이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슬림핏의 드레스를 입었다면 소리없이 다가오는데 무리가 있었을 수도. 후후.

김혜수 주연의 ‘분홍신’에 등장했던 옥이라는 혼은 또 어떠한가. 하얀 원피스를 차려입고 ‘핫’ 핑크색 구두를 신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해 가장 스타일리시한 귀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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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시즌 ‘핫’하다면 ‘핫’했던 트라페즈(trapeze : 프랑스어로 ‘사다리꼴’을 의미하며 어깨 폭이 좁고 ‘A’자처럼 자락이 넓은 스타일) 드레스 또는 시프트 드레스(shift dress : 허리 선이 들어가지 않고 박스형으로 된 스타일)가 특히 돋보였던 것은 사실. 귀신들이 이 미니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이유라면 그들의 옷이 곧 트라페즈와 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이만 짧아졌다 뿐이지 귀신 사다꼬는 유행까지 꾀뚫고 있었던 것 아닐까 ?

변형모드로는 무섭기는 하지만 귀여운 버전이 있었으니 냉수를 앞에 두고도 떠들 수 있는 순수함을 특징으로 한 파자마 스타일의 귀신들이 등장하는 영화 ‘엑소시스트’나 ‘장화, 홍련’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태국 영화 ‘샴’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영화 ‘샴’은 샴 쌍둥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몸으로 붙어있지만 원하는 것이 서로 달랐던 자매, 핑과 플로이의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Young한 귀신들의 파자마 패션.

귀신들이 파자마를 입고 나옴으로써 오늘 밤 당신의 침대 모퉁이에 숨어 있을 듯한 사실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마지막까지 ‘장화, 홍련’의 문근영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그가 입고 나왔던 파자마가 귀엽기 그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파자마 스타일들은 거의 대개 가슴 밑에서 귀엽게 퍼지는 낭만적인 엠파이어 스타일의 드레스와 비교해볼 수 있다. 여기에 러플 장식이 한껏 더해진 로맨틱하면서도 낯간지러운 베이비 돌 스타일이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이제 드레스만으로 개성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귀신들은 거침없이 쿨하게 아시아 각국의 의상까지 차려 입었다.
꼭 한이 서려있는 한복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전통 의상들이 고혹적인 미녀 주인공들과 함께 묘한 느낌을 자랑하듯 여기 저기 뽐내고 있다. 6월 개봉한 TV 사극 공포물의 스크린 결정판 ‘전설의 고향’.

주인공 박신혜는 ‘장화, 홍련’의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 효진과 꽃 분홍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리따운 소연의 모습을 넘나들며 최근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처녀귀신 패션을 제대로 볼 수 있던 영화였다.


그리고 7월 17일 개봉 한국영화 ‘므이’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므이라는 여자의 기묘한 전설과 그녀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주인공 윤희가 베트남으로 향하게 되며 시작되는 영화.
극 중에서 초상화 속 므이가 착 달라붙는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색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베트남이라는 배경을 한 층 살려주고 그 영상미의 색채 또한 남다르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

요즘 한창 한가인을 닮은 얼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배우 김보경과 김태우가 주인공으로 분한 영화 ‘기담’은 귀신의 등장이 없는 심리 스릴러. 이 영화에서 김보경이 수백만원 대의 기모노를 입고 처연한 아름다움을 뽐내었다고 하니, 1942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그 시대의 의상들도 보고자 한다면 잊지 말고 꼭 챙겨보도록.

직접적으로 어둡고 거침없이 쿨하기 그지 없는 까만 공포 영화들 속에서 패션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다시 해본다. 그래도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제는 귀신들도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하고 깔끔하니 군더더기 없어야 할 거라는 것이다.
한간에는 제대로 된 공포영화가 없다는 평도 있겠지만 이번 여름엔 이렇게 영화 속 귀신들의 의상들도 눈 여겨 보면서 공포영화의 색다른 재미를 찾아보자.

자, 뭐니뭐니 해도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와 강가에서의 불꽃놀이 여름밤, 그리고 오징어 땅콩과 함께하는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가 제격 아니겠는가?

자료제공 [ 온라인 패션 트렌드 매거진 더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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