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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정보/쇼핑몰

동대문 패션시장이여, 비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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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의 어느 점포.
귀엽고 여성스러운 옷들을 많이 판매하는 곳이라 도매에선 꽤 알아주는 곳이다.
이곳은 브랜드의 신상품이 출시 될 때 마다, 브랜드 샵마스터를 통해 제일 먼저 택배로 신상품을 받는다. 도매시장에서 가장 먼저 카피를 뜨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백화점에서 반품을 할 수 있는 1주일보다도 짧은 시간이다. 전산으로 남은 기록이 아니기에 편하게 샘플을 카피하고 돌려주는 식인 것이다.
동대문 도매 상인들의 의류생산 방법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는 일부의 얘기다. 샵마스터를 통해 옷을 받아볼 수 있는 업체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이 사서 샘플을 카피하고 반품하는 식이다.

내가 부푼 꿈과 열정을 가지고 디자이너의 길을 택한 사정과는 아주 거리가 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쓰겠지만- 디자이너들이 동대문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셔널 브랜드의 사정도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적어도 브랜드는 컨셉을 잡고 그 시즌은 그것을 위해 전략 회의며 영업 전략을 세우는 등 갖은 노력으로 매출을 달성하기 위한 피 흘리는 고통을 겪게 된다.
품평회가 끝이 날 때 그 시원함이란……
마치 작가가 원고를 탈고 했을 때 느낌에 비할까. 더운 여름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시원한 물 속으로 뛰어드는 듯한 시원함과 해방 감이 있다. 물론 그렇게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노력했을 때의 일이다.
나 역시 브랜드 런칭도 해보고, 6개월간 하루 4시간 자고 출퇴근 할 만큼 바쁘고, 디자인실에 간이침대를 사놓고 일할 만큼 열정적으로 일하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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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대문에서 거의 매출 1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모 가게는 유럽에 시장조사를 가고 샘플 개발을 하고 꾸준히 준비해서 여름휴가 끝나고 신상품을 풀었을 때 모든 도매 손님이 그 가게에 진을 치고 있을 만큼 엄청난 매출을 매일 달성하고 있다.
이를 부러워하는 업체들은 비슷하게 카피를 하거나 자기 컨셉을 버리고 좇아 하는 식이다.
그래서 겨우 현상 유지라도 하는 것을 만족이나 하듯이 말이다.
디자이너들을 백화점에 보내 디자인을 사서 카피하고 환불하기에 매달리게 하다 보니(아마 동대문 디자이너 치고 막내부터 경력자에 이르기까지 1번쯤은 누구나 환불을 해 봤을 것이 다. 디자이너들의 카피를 못하도록 여러 전략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백화점 샵마스터들은 그래서 무척 예민할 수밖에 없다.)너무 얼굴을 팔린 상인들을 위해 반품을 대행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참 우스운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동대문 부활은 동대문에서 디자이너가 패션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이너 숍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떠났던 디자이너들이 다시 돌아와 자신만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을 무기로 잃어버렸던 동대문 패션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직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디자이너가 상인들에 휘둘리지 않는 여건이 조성되었을 때 잃어버린 옛 영광이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바람일 뿐 이해관계가 복잡한 동대문 시장에서 이런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이미지를 사고 파는 시대이고, 이미지를 사고 파는 대표적인 분야인 패션의 속성 중 새로움이라는 이미지는 큰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특히 젊은 사람들은 중견 디자이너 제품보다는 신진 디자이너의 제품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버리기도 한다. 어제까지 유행했던 디자인이더라도 오늘의 새로운 디자인 앞에서는 빛을 잃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것과 차별화 된 독특한 디자인은 유명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입 소문으로 금방 알려지고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동대문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뭔가 새롭고 독특한 제품을 살 수 있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국내외적으로 유행하는 제품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카피 되는 풍조로 디자이너들이 자리를 잡기 힘들고, 중국의 조악한 저가생산품으로 점차 가격 경쟁력에서 마저 밀리고 있으며 그 결과 국내외 소비자의 발길도 끊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하나로 아직도 동대문은 ‘시장’이라는 이미지-백화점이나 패션거리에서 파는 제품보다 가격이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재래시장의 줄임 말과 같은 느낌-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패션산업에서 불리한 이미지로 작용된다.
이러한 이미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 동대문이 패션의 중심지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동대문은 시장이라는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창의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해도, 저가 시장 상품이라는 인식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상인들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동대문의 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상가 위원회는 이익만을 위해 점포 임대에만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상가를 살리기 위해 디자인 개발을 하는 상인들을 격려하며 수입의류 상가들은 따로 분리하는 방침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실례로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분이 상가위원회 임원으로 있을 때 그 상가는 주변 어떤 상가보다 발전을 했다. 그는 상가가 입점하기 전 먼저 포트폴리오를 통해 컨셉을 확인하고 그 컨셉 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만약 컨셉을 잃어버리고 자기 개발이 없는 상인들은 퇴점 시키기도 했다.

동대문을 무대로 신진 패션디자이너들을 위한 패션 쇼를 활성화하여 디자이너들을 동대문으로 모으고, 디자이너가 자기 브랜드를 세우고자 할 때 소상인을 돕고자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현재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긴 하나, 디자이너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적절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상인들 역시 카피가 아닌 ‘디자인은 개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해야한다.
모방은 창조의 원동력이라 했으니 카피를 하더라도 자신만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나와 함께 일하던 막내디자이너들도 처음에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했으나, 어느새 대표가 시키는 대로 브랜드 샘플을 사서 카피를 하고 반품을 하고 있으니,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상인들은 카피를 통해 매출을 높이는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통해, 열정과 자기만의 색깔로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설 자리를 잃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제대로 배워야 디자인의 질이 높아지고 동대문을 찾는 소비자의 눈도 높아 질 거라 생각한다.
더 이상 백화점의 비싼 옷의 대용으로 저렴한 카피 제품을 사기 위해 동대문을 찾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현재 나는 이러한 여건 속에서 나만의 디자인을 개발하고 돈 버는데 급급한 상인과는 거리를 두기 위해 쇼핑몰 오픈을 준비 중이다. 디자인에 꽤 능력 있고 열정이 있다 하더라도 자금력 없이 현재의 동대문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내고 싶은 디자이너가 숍을 운영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과도한 권리금과 상가월세 및 보증금으로 인해 디자이너가 도매상인이 원하는 대로 카피하고 매출위주의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못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나의 경우 생각해낸 것이 쇼핑몰을 통해서 내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동대문의 현재 디자이너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디자이너 자신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현재의 동대문 패션 정책은 결국 상인의 이해관계 속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대문의 신화를 다시 쓸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동대문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대중들의 시선이 모일 때, 그리고 그렇게 동대문이 살아 남아야만 우리나라 패션시장이 사양 길로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동대문이여 비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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