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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shoes, 슈즈]

지금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슈즈 메이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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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슈즈 메이커들


레이스가 달린 크리놀린 아래 뭔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듯 두 발을 비비는 아가씨. 뉴오더와 에이펙스 트윈의 사운드 가운데 펼쳐지는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 장면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앙투아네트로 분한 커스틴 던스트의 드레스와 헤어 장식, 마카롱까지 섬세하게 고려했다. 특히 화려한 카펫 위에 놓인 수백 개의 슈즈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소피아가 패셔니스타이기에 가능한 발상이었고, 그것은 여자들의 정곡을 찔렀다. 만약 마리 앙투아네트가 2007년으로 시간여행을 온다면 참신한 구두 디자이너를 애타게 찾지 않을까.

21세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앙투아네트는 물론, 캐리 브래드쇼와 이멜다가 사랑에 빠질 슈즈로 가득하다. 먼저 마놀로 블라닉이 “슈즈 디자인의 미래”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은 ‘조지나 굿맨(Georgina Goodman)’은 런더너들의 쇼핑 리스트에 꼭 올라가 있는 이름이다. 그녀는 슈즈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스타일리스트 시절 4백여 켤레의 슈즈를 갖고 있었어요.” 이 특별한 애정으로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슈즈 디자인을 공부한 후 런칭한 브랜드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큰 인기다. 스네이크 스킨이나 스트라이프 스웨이드 슬리퍼에서부터 웨지힐에 이르기까지 고급 소재와 매치된 디자인이 특징. 게다가 그녀의 매장에선 원하는 스타일대로 만드는 ‘꾸뛰르 슈즈 서비스’도 가능하다. 알렉산더 맥퀸이 슈즈 컬렉션 컨설턴트로 굿맨을 고용했을 정도니 그녀의 감각은 수백 년 전 앙투아네트는 물론 현재의 슈즈 홀릭들이 충분히 신뢰하고 남을 것이다.

뉴욕에서는 브라이언 머피와 제시 랜달 부부가 함께 전개하는 ‘로플러 랜달(Loeffler Randall)’도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소호에 아틀리에를 둔 그들은 브랜드에 대해 “젊고 다운타운적인 스타일”이라 표현한다. “미아 패로와 까뜨린느 드뇌브가 아이콘입니다. 그들은 어느 순간에 절제해야 하는지 알죠.” 간결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더한 슈즈를 아이콘들이 본다면 역시 쉽게 반할 듯. 그들은 여자들이 자신들의 슈즈를 어떻게 신었는지 보며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카메론 디아즈가 우리 플랫 부츠를 자주 신더군요. 자연스럽게 구김이 가게 연출했는데 정말 근사했어요.” 올해 CFDA 스와로브스키 어워드를 수상한 그들은 의상 라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의 메카 파리의 ‘브루노 프리조니(Bruno Frisoni)’는 “여자들의 목을 아름답게 하는 주얼리 같은 슈즈”라고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했다. 60년대의 레트로 셰이프와 80년대풍의 화려한 컬러 매치가 일품. “의상 디자인을 먼저 시작했지만 여자들을 위한 특별한 액세서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슈즈는 여자의 일부니까요!” 하이힐을 스케치할 때 그는 실루엣을 먼저 잡고 거기 어울리는 ‘애티튜드’에 관해 생각한다. 지방시, 알버 엘바즈 시절의 이브 생 로랑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던 그는 꾸뛰리에처럼 슈즈에 드레이프를 더하고 리본을 장식하며 레이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이 정도니 케이트 모스와 샤를로트 갱스부르그가 프리조니 슈즈에 왜 푹 빠졌는지 알만하다.

페드로 가르시아, 테리 드 하빌랜드, 로버트 클러저리 등 지난 수십 년간 까다로운 여자들의 취향을 이해해온 슈즈 브랜드들 역시 여러분의 ‘슈즈 위시 리스트’에 메모해둘 만하다. 스페인 브랜드 ‘페드로 가르시아(Pedro Garcia)’는 1925년에 어린이 슈즈 숍을 시작하면서 브랜드의 기초를 잡았고, 현재 밀라 Y. 페드로 가르시아와 데일 듀보비치가 디자인을 맡고 있다. “세련된 슈즈를 만드는데 집중하기보다 본능을 따릅니다.” 밀라는 소재와 컬러를 고르는데 오랜 시간을 보내고 형태와 프로포션을 고민한다. “그래서인지 셰이프와 프로포션에 있어 변화를 주는 마르니 컬렉션이 흥미로워요.” 완성된 슈즈는 상반된 소재를 사용하거나 섬세한 소재를 거칠게 마무리하곤 한다. 특히 이번 시즌엔 실버와 골드, 해골 모티브, 스와로브스키 장식 등이 돋보인다.

찰스 주르당에 입사해 60년대부터 슈즈를 만들어온 ‘로버트 클러저리(Robert Clergerie)’는 1978년에 브랜드를 런칭했다. 유럽을 거쳐 미국, 아시아 여성들의 눈에도 들게 됐고 미국의 슈즈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슈즈 디자이너상’을 받기도 했다. “20년대의 유명한 슈즈 디자이너 앙드레 페루지아는 여자의 몸을 지탱하는 슈즈를 디자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얘기했죠. 저는 항상 건축물의 기본 골격을 탄탄히 하듯 기초 요소들을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슈즈는 심플하지만 몸에 잘 맞는 언더웨어처럼 피팅이 뛰어나다. “슈즈와 언더웨어는 유사한 점이 많죠. 둘 다 어떤 환상을 함축하고 있으니까요.” 아름다움, 퀄리티, 편안함을 테마로 하는 그가 슈즈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굽이다.

마돈나, 빅토리아 베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반한 슈즈 디자이너도 주목할 만하다. 50년대부터 슈즈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린 ‘테리 드 하빌랜드(Terry de Havilland)’. 이태리 <보그>에서 자주 보이는 이름이며 90년대에 안나 수이, 파코 라반 등의 캣워크에서도 슈즈를 선보인 그는 한때 비즈니스를 정리했다가 2004년에 재런칭하며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섹시하고 매혹적이며 아찔한 힐을 찾는다면 테리의 슈즈만이 정답이다”고 극찬했을 정도. 예술을 사랑하기로 소문난 그는 가죽, 코르크 웨지, 자수 장식 실크 등을 캔버스처럼 여기며 슈즈에 자신의 감성을 풀어나간다. “구두 전문가들이 누구보다 슈즈의 ‘피팅’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슈즈는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걷기 위한 것이니까요.” 로버트 클러저리의 말은 새롭게 떠오르는 슈즈 전문 디자이너들의 강점을 정의하고 있다. 사실 화려한 슈즈에 푹 빠져 있던 마리 앙투아네트도 한때 자연주의에 매료되어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았나.

- 에디터 / 김은지
- 포토 / JI SUP AHN
- 출처 /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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